[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외국인의 셀코리아(Sell Korea)가 연일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이 증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기관은 외국인이 내다 판 삼성전자, 삼성생명, 포스코 등 대형주들을 저가에 주워 담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전날까지 외국인이 매도 러시에 나선 사이 기관은 총 3조6188억원가량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하고 있다. 보험(1조3551억원)과 투자신탁(1조2724억원)이 매수세를 주도했다. 증시 전문가들이 코스피 하단을 1800~1850선으로 주장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움직임이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는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해 왔다"며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수의 추가 급락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은 같은 기간 34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일 한국항공우주 블록딜로 인한 순매수 전환을 제외하면 2008년 6∼7월 33일간의 기존 외국인 최장 연속 순매도 기록을 경신한 셈이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은 6조900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이는 코스피가 2009.29에서 1840.53으로 168.76포인트나 떨어지는데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기간에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다. 지난달 2일 이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887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우선주(6074억원), 포스코(3987억원), 호텔신라(3128억원), 현대차(2870억원)가 뒤를 이었다. 외국인이 주로 사들이는 대형주 위주로 순매도 규모가 컸다.
외국인이 내놓은 대형주 물량은 기관이 주로 사들였다. 기관이 제일 많이 순매수한 종목 역시 삼성전자였다. 외국인이 판 물량의 두배 가까운 3조3789억원어치를 순매수 했다. 이어 삼성생명(3조1387억원), 포스코(3조1186억원), 네이버(2조9550억원), 삼성물산(2조8358억원) 등 순이었다.
기관 가운데서도 순매수 규모가 큰 보험과 투신은 각 삼성생명(4667억원), KODEX 200(1조4786억원)을 가장 많이 담은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들은 하락장에 베팅하는 KODEX 인버스(3060억원)를 주로 사들여 보험, 투신과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기관의 매수 종목을 볼때 전문가들은 기관이 '저가 매수 기회'를 제때 포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만 놓고 보면 지난달 2일 130만원에서 현재 115만원 선으로 떨어진 상태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와 금융시장 등의 환경을 고려할 때 다음주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 톤이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며 "이런 점에서 보험, 투신, 연기금 등 기관쪽에서 저가 매수 기회라고 보고 사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