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와 동거로 태어난 코피노…친부는 임신 사실 알고서 도망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한국·필리핀 부부 사이에선 자신들의 자녀가 코피노로 불리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코피노가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혼혈아 2세를 일컫는 단어는 맞지만 코피노 대신 'SPC(South Korean Philippine Children)'란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는 코피노가 한국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필리핀 어머니가 혼자 양육하고 있는 한국 혈통의 필리핀인을 뜻하기 때문이다. 코피노의 숫자는 최소 1만명에서 최대 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정확한 실태 조사를 실시한 적은 아직까지 없다. 코피노는 코리안(Korean)과 필리피노(Filipino)의 합성어다.
코피노 문제가 이처럼 불거진 데에는 일차적으로 한국 남성들의 잘못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부 한국 남성들의 잘못된 성 문화와 자녀 부양의 의무를 방치하면서 나타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코피노는 정상적인 가족 형태에서 태어나지 못한 아동들이다. 코피노가 태어나게 되는 계기는 크게 성매매와 동거, 두 가지 이유다. 필리핀에선 소위 '황제 관광'이라고 일컬어지는 골프 여행을 통해 알선되는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관광 목적으로 필리핀을 방문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자신의 결혼 사실을 숨긴 채 만남을 지속한다. 정법모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에서 유달리 코피노가 문제되는 것은 성매매로 인한 무분별한 한국 남성들의 행태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같은 20대 남성은 영국이나 미국, 호주 등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를 배우러 필리핀에 왔다 장기 체류하는 과정에서 필리핀 여성을 만나 함께 살기도 한다. 심지어 코피노 맘 중에서 필리핀 여성이 성매매를 통해 돈을 벌어 한국 유학생의 생계를 책임진 사례도 발견됐다. 정용교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젊은 남성층을 중심으로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며 "선진국 여성과는 달리 이중적으로 후진국 출신 여성을 얕잡아 보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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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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