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인천 11살 딸 학대 사건’은 가해자들이 생활고와 주거 불안정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초등학생 딸에게 풀면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지검에 따르면 피해아동 A(11)양의 아버지 B(32)씨는 9년 전인 2007년께 C(35·여)씨와 재혼했다. 2006년 12월 A양의 생모인 첫 아내와 협의 이혼한 직후였다.
B씨는 작은 회사에서 매달 180만∼200만원가량의 월급을 받으며 꾸준히 일했다. 그러나 씀씀이가 큰 C씨가 시어머니 명의로 신용카드를 만들어 수천만원을 쓰고 시댁 집을 담보로 빚을 내 생활비로 썼다.
휴대전화 요금이 연체돼 300여만원에 이르자 휴대전화 대리점은 실제 명의자인 C씨의 시어머니를 형사 고소했고, 시어머니는 아들과 며느리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아들과 며느리는 한 달 전 월세로 살던 부천의 아파트에 모든 짐을 놔둔 채 야반도주한 상태였다.
그 사이 두 사람은 A양과 함께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 인근 펜션 등 전국 휴양지에서 유랑생활을 했다. C씨는 수사기관에서 “시어머니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할까 봐 두려워 남편과 함께 부천을 떠났다”고 진술했다.
떠돌이 생활도 수중에 돈이 떨어지면서 2012년 9월 서울 강북구 수유리의 한 모텔에 매달 월세를 내는 ‘달방’을 얻었다. 달방에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하며 알게 된 D(34·여)씨도 합류했다. B씨가 부천에서 몰래 도망치면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는 바람에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고 D씨가 모텔 월세 등 생활비를 댔다.
계모 C씨는 생활고와 주거불안 스트레스를 의붓딸인 A양을 학대하는 것으로 풀었다. 처음엔 B씨도 아내의 학대를 말리며 자주 부부싸움을 했으나 갈등이 반복되면서 B씨도 친딸을 때리고 굶기기 시작했다.
부부싸움과 학대를 말리던 D씨도 시간이 지나면서 학대를 학습했다. 지난해 12월12일 A양이 세탁실 창문으로 혼자 집에서 탈출하기 전 노끈으로 아이의 손을 묶은 것도 그녀였다.
검찰 관계자는 “모텔 작은 방에 성인 남녀 3명과 아동 1명이 함께 사는 기형적인 생활을 했다”며 “주거불안에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피해아동에게 옮겨갔다”고 밝혔다.
C씨에게 혼인신고를 맡겼던 B씨는 C씨가 자신과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을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알게 됐다. 한 번 이혼한 전력이 있는 C씨는 ‘최00’라는 가명을 쓰고 남편과 시어머니를 속였고, 혼인신고를 하면 전력이 드러날까봐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C씨는 “2000년대 초반 첫 남편과 살던 중 가출해 호적 정리가 안 돼 있는 상황이어서 가명을 썼고 재혼한 남편과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인천지검 형사3부(박승환 부장검사)는 11일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B씨를 구속 기소하고 친권상실을 청구했다. 검찰은 같은 혐의를 받는 C씨와 D씨도 구속 기소했다.
인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A양에게 긴급 지원금 500만원을 지급했다. 또 향후 심의위원회를 열고 현재 A양이 치료를 받는 병원의 입원비와 심리치료비, 생계비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