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폭력특례법 위반 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부인 자신의 나체 촬영한 사진파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씨 되십니까, 혹시 부인 성함이 ○○○씨.” “재미 있는 파일 하나 보내드리죠."
남편에게 부인의 '나체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 메시지를 전했던 50대 내연남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박상옥)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사문서위조,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 다양한 혐의로 기소된 내연남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원심 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50대 여성 B씨와 만나 3개월 동안 교제를 하다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앙심을 품었다. A씨는 B씨 스스로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한 나체사진을 보관하고 있다가 B씨 딸의 유투브 동영상에 댓글을 다는 형태로 공개했다. 또 A씨는 B씨 남편에게 '나체사진' 사진파일이 담긴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을 전했다.
A씨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1심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심은 징역 8개월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남편과 딸까지 괴롭힌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도 "피고인에게 벌금형 1회 외 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 양형 조건을 참작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겁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A씨 행위 자체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A씨에게 적용된 일부 혐의는 유죄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 판단 취지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의 촬영물은 '다른 사람'을 촬영대상자로 해 그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뜻하는 것"이라며 "자의에 의해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까지 위 조항 소정의 촬영물에 포함시키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내연남이 남편에게 전한 부인 '나체사진' 파일은 부인 스스로 찍은 것이어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B씨는)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나체를 촬영한 후 그 사진파일을 피고인 휴대전화로 전송했다"면서 "위 나체 사진은 피고인이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이 아니므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 의해 처벌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A가 촬영한 사진을 B가 인터넷에 올린 경우 B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규정을 적용할 수도 있다"면서 "음란물도 저작권 침해는 된다. 다만 이 사안은 저작물로 볼 가치가 없어 적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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