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농협은행은 일류 은행으로 비상하느냐, 삼류 은행으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이 취임사에서 농협은행의 과감한 변화를 예고했다.
이 행장은 4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은행 신관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농협은행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일류 농협은행을 만들자"며 이같이 말했다. 1일자로 취임한 이 행장은 향후 2년간 NH농협은행장으로 일한다.
이 행장은 취임사 시작부터 단호하고 강한 어조로 채찍질을 시작했다. 이 행장은 "외부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 국내 경제의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인터넷 전문은행 출현 등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농협 특유의 온정주의 문화에 글로벌 파생상품 투자, 부동산PF, 특정산업에 대한 과도한 여신지원 등 지난 날 우리가 역량을 갖추기도 전에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 때문"이라며 변화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 행장의 강한 변화 의지에 취임식에 참석한 임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행장은 이날 '일류 농협은행'의 과제로 안정적 수익 창출을 강조했다. 그는 임기동안 경쟁력 있는 부문에 자원을 집중 투입해 핵심 수익원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농협은행이 강점을 갖고 있는 소매금융, 공공금융, 농업금융, 중견ㆍ중소기업 등을 키우고 은퇴금융, CIB, 범농협 시너지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또 그동안 비효율적이라 지적됐던 농협은행 조직문화 개선에도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이 행장은 능력 위주의 성과주의를 강화해 "은행다운 은행"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농협은행의 겉모습은 일반 은행과 같지만 경영방식은 아직 중앙회 시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영업본부의 비효율, 중간만 하자는 적당주의, 연공서열과 지역안배, 느리고 둔한 조직문화 등 타파해야할 인습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성과주의를 통해 "생동감있고 능동적인 조직문화 구축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협금융지주체제를 적극 활용해 농협은행과 중앙회, 유통사업 등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직원들의 업무 전문성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리스크 관리 등 은행의 기본 원칙을 고수하는 것을 변화 과제로 내놓았다.
앞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이 행장은 이같은 변화를 예고한 듯 2016년 경영 화두로 '응형무궁(應形無窮)'을 제시했다. '응형무궁'은 새로운 상황에 맞도록 적시에 적응해야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이 행장은 취임사를 마무리하며 "일류 은행이 되고자 하는 비전도 실천하지 않으면 한낱 인쇄된 종이장에 불과하다"며 실천을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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