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지도자 47명을 처형한 데 따른 후폭풍이 중동 일대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오랜 앙숙인 사우디와 이란 간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까지 나서 "사우디 정치인들은 신의 복수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사우디 외무부와 아랍에미리트(UAE) 외무부는 2일과 3일 자국 주재 이란 대사를 불러 "내정간섭으로 간주되는 적대적 발언"이라며 받아쳤다.
사우디는 3일 별도 성명을 통해 "이란이 테러리즘을 지원한다는 민낯을 드러냈다. 이란은 중동 테러리스트의 파트너"라고 역공했다.
한편에서는 이란에 있는 사우디 외교공관이 2일 밤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 수도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 일부가 불에 타 파손됐고 이란 제2도시 마슈하드의 사우디 총영사관 앞에서도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이란 당국은 사우디 대사관에 침입해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지른 혐의로 40명을 검거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3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 외교공관을 공격한 것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는 극단 성향의 개인적인 행동"이라며 "내무부와 정보당국, 사법부가 협조해 공격한 이의 신원을 밝히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동 주변 시아파 국가나 조직도 사우디의 집단 처형에 반발하고 있다. 시아파 정부가 통치하는 이라크에서는 지난해 25년 만에 개설한 사우디 대사관을 다시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라크 시아파 최고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알시스타니도 사우디에서 처형당한 시아파 지도자들을 '순교자'로 규정하고 집단 처형이 부당하다고 비난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는 "알님르 처형은 암살이자 범죄"라며 "사우디 체제를 보호하는 미국과 그 동맹들도 도덕적이고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일 테러 혐의로 사형이 선고된 피고인 47명의 형을 집행했다.
특히 중동 시아파 진영이 사면을 강력히 요청한 사우디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의 사행 집행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된다. 알님르는 2011년 사우디 동부 알와미야에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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