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삼성에 "500만주(7275억원) 3월 1일까지 처분"통보
-같은날 현대차에 881만주(4607억원) 일주일내 해소 통보
-촉박한 통보에 유예도 안받아줘…기업·시장혼란 부작용 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1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처분하라고 통보하고는 유예요청도 안받아주겠다는 것은 너무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과 현대차그룹에 순환출자고리가 강화됐다며 대규모 주식을 조속히 처분하라고 통보한 것에 대해 복수의 재계 관계자들은 30일 "공정위가 해당기업과 주식시장 등의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1조2000억원 짜리 쇼트 노티스(short notice ·촉박한 통보)를 날렸다"고 입을 모았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현대자동차그룹에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내년 1월 1일까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으로 생긴 881만주의 추가 출자분을 처분해야 한다. 29일 종가 기준으로 4607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24일은 공정위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으니 강화된 부분 만큼의 삼성SDI 보유 합병삼성물산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고 삼성그룹에 통보한 날과 같은 날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내년 3월 1일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삼성물산 주식 500만주(지분율 2.6%ㆍ24일 종가기준 7275억원)를 처분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2일 안에, 삼성이 두 달 안에 처분해야 할 주식는 1381만주, 1조1882억원에 육박한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이지만 공정위는 이와 관련한 조항이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연장해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곽세붕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는 해야겠지만 해소 기간 연장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삼성, 현대차에 대한 특혜 시비가 일 수도 있으므로 수용은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는 다만 주식 처분이 지연되더라도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전원회의에서 전반적인 사정을 고려할 수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유예 기간을 지키기 위해 주식 처분을 단행할 경우에는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다.
현대차그룹이 기한 내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공정위는 주식 처분 명령 등 시정조치와 함께 법 위반과 관련한 주식 취득액의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또 계열 출자회사 대표를 검찰에 고발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
삼성도 두달은 너무 촉박하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공정위 이행사항은 충실하게 이행할 계획이지만 처분 기간은 다소 연장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며 "3개월안에 7300억원 정도의 지분을 시장에서 처분한다는 것은 현 삼성물산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수 있으며 시장에 혼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 이행 기간도 6개월인 만큼 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공정위가 처분 기간을 연장해 준다면 성실히 준비해 지분 처분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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