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한국과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방안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양국 간 경제협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지 주목된다. 특히,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등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양국 정부는 내년 5월께 한국에서 제7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열어 다각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양국 간 정치·외교적 갈등으로 열리지 못하다가 지난 5월 2년 6개월 만에 일본 도쿄에서 제6차 회의가 열렸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아소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성장관은 거시경제정책 집행 등 정책공조노력을 지속하고, 양국 재무부 간 인적교류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양국 통상현안과 중단된 통화스와프 재개 등 굵직한 협력과제에 대해서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정경분리' 원칙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위안부 문제 해결방안에 합의함에 따라 양국 정부가 이들 경제·통상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위안부 문제가 그간 한일 경제협력에서도 장애물이 된 것은 사실"이라며 "TPP 가입 등 다양한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TPP, FTA 등 양자·다자간 통상협력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2일 회담을 갖고 TPP, 한일 FTA, 한중일 FTA,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각종 무역 관련 협정을 추진하는 문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우리 정부가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TPP 관련 논의는 가장 우선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TPP는 무역장벽 철폐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미국·일본·호주·싱가포르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일본의 협조가 있다면 수월하게 TPP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중일 FTA와 한일 FTA 체결을 위한 논의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주도하는 RECP에서 한일 협력도 강화될 수 있다.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RCEP에는 한중일 3개국과 아세안 10개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모두 16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협상을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의견을 모은 제3시장 공동진출을 위한 방안 마련도 눈길을 끈다. 두 정상은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자원, 신흥국 인프라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일 기업의 제3국 공동 진출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최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가스복합화력발전소, 몽골 울란바토르 신공항건설, 인도네시아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양국 기업이 공동 진출해 성과를 내기도 했다.
세계 1, 2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인 일본과 한국의 협력도 기대를 모은다. 판매자 중심의 LNG 시장에서 두 나라가 공동 대응하면 '바잉파워(Buying power)'를 앞세워 교육구조를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중단된 한일 통화스와프 계약이 재개될 지도 관심거리다.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는 "통화스와프가 당장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면서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경우 안전판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재부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일 경제협력 과제 가운데 통화스와프를 우선 순위에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내년에 협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0월 열린 한일재계회의에서 "아시아 지역의 금융 협력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일 양국이 통화스와프를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터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서 통화스와프의 확대나 지역금융안전망 같은 보다 튼튼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과 투자 증가로 이어질 지도 관심을 모은다. 한국의 대일 수출은 올해 1~10월 215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1% 줄었다. 일본의 한국 직접투자 금액은 2012년 45억4000만달러였으나 지난해 24억8000만달러, 올해 상반기에는 9억7200만달러에 불과했다.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도 올해 1∼9월 전년동기대비 23% 감소한 130만명에 그쳤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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