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대출빚…치솟는 임대료…얼어붙는 체감경기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1.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운영(52ㆍ가명)씨는 2년 전 직장을 명예퇴직하고 자택 인근에 66m²(약 20평) 규모의 편의점을 차렸다. 재취업이 어렵다보니 자의반 타의반으로 선택한 길이지만 '길 건너 하나 꼴'로 있는 편의점을 운영하며 수익을 내는 건 쉽지 않았다. 아내와 교대로 일했지만 한달에 손에 쥐는 돈은 200만원 남짓. 김 씨는 결국 계약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한 채 2년만에 중도해지 위약금을 내고 편의점을 접어야 했다.
#2. 서울 마포구에 사는 조준영(50ㆍ가명)씨는 은행 대출을 받아 투자금 9500만원을 들여 치킨집을 차렸다. 하지만 개업 후 임대료까지 오르면서 종업원 3명의 인건비 지급도 빠듯할 정도로 적자가 났다. 조씨는 1년만에 문을 닫았고 권리금과 시설투자비 등을 합해 총 8000만원의 돈을 고스란히 날렸다. 조 씨는 "수중에 들어오는 돈이 없는데 인건비, 식자재, 임대료까지 고정비는 계속 나갔다. 빚을 갚기는 커녕 더 내야 하는 상황이 계속돼 가게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이 최악의 불황 터널을 지나고 있다. 내수경기 침체로 손님은 줄고 은행 대출과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자영업이 '은퇴자의 무덤'이라는 속설이 지표로도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자영업자가 받은 대출금(기업대출 및 가계대출)은 519조5000억원 수준이다. 금융기관별로는 은행이 67.4%, 비은행금융기관이 32.6%를 차지했다. 대출 유형별로는 가계ㆍ기업 중복대출과 기업대출만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은행 비중이 각각 72.9%, 90.6%로 높다.하지만 가계대출만 보유한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에는 비은행금융기관 비중이 57.4%로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가계대출만 보유하고 있는 자영업 대출 중 연소득 4500만원 이하, 신용등급 6~10등급인 영세 자영업자(15.5%)와 고금리(19.9%) 대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개 국내은행에 대한 공동검사 결과에서도 영세 자영업자의 개인사업자대출은 경기변동에 취약한 도소매업, 음식숙박업의 비중이 44.3%로 높고 연체율도 2011년 말 1.63%에서 올해 2분기 말 2.09%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는데다 치솟는 상가임대료도 자영업자의 목을 죄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서울 시내 상가임대료는 2년전에 비해 평균 1.9% 올랐으며, 특히 신촌ㆍ마포(3.8%), 강남(3.33%), 도심(2.3%)은 상대적으로 인상률이 컸다.
이에따라 자영업자 수도 줄고 있는 추세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62만1000명으로 2년 전(574만7000명)에 비해 12만6000명(2.2%) 감소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자영업자 상당수가 과도한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데다 경기민감업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변동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세청에 따르면 2004~2013년간 개인사업자 창업은 949만개, 폐업은 793만개로 생존율은 고작 16.4%로 나타났다. 100개가 문을 열면 이중 84개는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12월 현재생활형편 소비자심리지수(CSI)는 83으로 메르스 직격탄을 맞았던 7월(83)이후 다섯달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영업자의 소비지출전망CSI(97)도 넉달만에 100아래로 내려갔다. CSI가 100보다 낮으면 6개월 후 소비지출을 현재보다 줄일 것이라고 답한 소비자가 늘릴 것이라고 응답한 소비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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