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올 들어 시중은행들이 취급하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된 저금리에 대출 금리가 떨어진 영향도 있지만 장기 불황으로 산업계의 구조조정이 증가하면서 창업이 급증한 탓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올들어 10월말까지 26조2000억원 급증했다. 2009년 통계 편제 이후 사상 최대치다. 한은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시범적으로 개인사업자대출 통계를 작성했던 것을 포함하더라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2009년 8조3000억원에서 2010년 5조9000억원으로 잠깐 줄었다. 하지만 이후 2011년 13조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고 이후 매년 증가폭을 키우고 있다. 2012년에 15조원이 증가했고 2013년과 2014년엔 각각 17조1000억원, 18조8000억원씩 불었다. 올들어 매월 2조원 이상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올해는 30조원도 넘어설 수 있다.
이는 은행의 대출금만을 집계한 규모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금액을 포함한다면 개인사업자 대출금은 이보다 더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자영업자 대출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와 함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의 은퇴 후 창업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경기불황의 장기화로 인력 감축에 들어간 기업들이 많아진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늘어난 자영업자의 빚은 연말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와 맞물리면 가계 소비 위축 등 경기침체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이 건전성 관리에 나선 것도 그래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많이 신청하는 추세"라며 "금리가 오르더라도 부채상환여력이 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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