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워크아웃 개시 여부 결정
딸에게 미국 재산 무산 양도 의혹 제기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채무 불이행으로 도산위기에 놓인 동아원그룹의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워크아웃) 여부가 29일 결정되는 가운데 이희상 동아원 회장이 딸에게 미국 재산 일부를 무상 양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채권단은 29일 열릴 1차 협의회를 개최해 동아원의 조건부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조건으로 동아원이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해 지급하지 못한 채무의 만기를 연장하는 것을 내걸었다.
동아원은 실적악화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열사와 자산을 잇따라 매각했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21일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과 워크아웃 신청을 결의했다.
사료·제분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동아원은 자동차 수입과 와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했다. 지난해 896억원 적자를 낸 데 이어 올 들어 9월까지 381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를 기준으로 동아원에 대한 금융기관의 채권액은 2849억6000만원이다.
동아원이 제시된 조건을 충족하고, 채권단 지분율 기준으로 75% 이상이 동의하면 워크아웃이 시작된다. 워크아웃에 돌입하더라도 추가 자금지원이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룹이 흔들리면서 동아원은 '급여 체불'사태까지 벌어졌다. 김기환 동아원 사장은 지난 23일 저녁 메일을 통해 동아원, 한국제분 직원들에게 "현재 한국제분·동아원은 워크아웃 신청 등 채권금융기관의 협조를 구해야 하기에 최후의 보루였던 직원의 12월 급여를 31일까지 미룰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이라고 통보했다.
동아원의 경영상황이 어려운 적은 많이 있었지만 급여 체불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아원의 연간급여 총액은 약 167억원으로 월 급여는 약 14억원에 달한다.
직원 급여는 체불했지만 이 회장이 워크아웃 전 미국 재산 일부를 딸에게 무상으로 양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 씨는 27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서 "이 회장은 지난 9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호화 콘도 지분 22.65%를 딸 이윤혜 씨에게 돈 한 푼 받지 않고 넘겼다"고 주장했다.
이 콘도는 2007년 12월 이 회장과 당시 26세인 아들 이건훈 씨가 각각 68.1%와 31.9%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매입 당시 가격은 248만 달러(약 29억 원)로 이 가운데 100만 달러는 은행대출이라고 안 씨는 지적했다.
이후 이 회장은 2009년 4월 자신의 지분 중 45.45%를 딸 윤혜 씨에게 100만 달러에 매도하는 계약서를 작성했고, 전재만 씨는 한국 정부의 재산 추적에 대비해 같은 날 자신의 지분 전체를 아내에게 무상양도하는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게 안 씨의 설명이다
그는 "이 회장이 전 씨 부부에게 콘도 지분 일부를 넘길 당시 동아원은 자금난으로 각 계열사의 매각에 힘쓰던 시기"라며 "이 회장이 사전에 자신의 재산을 자녀에게 빼돌렸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