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보건복지부는 23일 자정(24시)부터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종료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5월20일 첫 메르스 환자가 진단된 이후 7달만에 공식적인 '메르스 종식 선언'이 나온 것이다.
WHO 기준은 메르스 마지막 환자의 음성 전환 이후 잠복기(14일)의 2배가 지난 이후 종식을 선언하도록 돼 있다. 23일은 국내 메르스 마지막 환자인 80번째 확진자가 사망한 지난달 25일부터 28일째되는 날이다.
앞서 보건당국은 국내 메르스 추가 감염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던 7월28일 '사실상의 종식'을 선언했다. 또 80번째 확진자가 숨진 직후인 지난 1일에는 국내 감염병 위기단계를 '주의'에서 '관심'으로 낮추기도 했다.
지난 5월20일 국내 처음 상륙한 메르스는 186명이 감염돼 이 가운데 38명이 숨졌다. 치사율은 20.4%에 달한다. WHO에 따르면 전세계 26개국에서 발생한 메르스 감염자 현재 1621명, 사망자 584명, 치사율은 36%다. 2003년 전세계에서 유행한 메르스의 사촌격인 사스(SARS) 치사율 10%보다 3.6배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메르스 발병국이다. 사우디에선 이달초에도 3명의 추가 메르스 감염자가 나오는 등 여전히 유행이 진행 중이다.
메르스는 첫 진단 후 두달간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으며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타격을 줬다. 2000곳이 넘는 학교가 휴업·휴교를 단행했고, 메르스 감염의 진원지로 꼽히는 병원을 기피장소가 됐다. 중국인을 비롯한 해외 관광객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전년대비 153만명이나 줄었고, 국내 관광산업을 포함한 국가 경제손실은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방역 실패로 경질됐다.
메르스 후속 대책으로 역학조사관 수를 최소 89명 이상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이 확정됐고 질병관리본부는 본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됐다. 감염병이 퍼지면 민간 의료인을 치료나 역학조사에 동원할 수 있게 됐고 감염병 환자의 치료와 감염병 연구·교육을 담당할 감염병전문병원(또는 감염병연구병원)을 설립·지정하는 근거도 마련됐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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