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타기’로 투찰가 나눈 뒤 서로 감시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22일 공정거래법 위반 및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전·현직 건설사 임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4개 업체는 2011년 3월 ‘화양~적금 3공구 도로공사’ 입찰 과정에서 가격 경쟁을 피하려고 투찰가를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4개 업체에 총 109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은 검찰에 고발했다.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은 자진 신고로 공정위 고발 대상에서 빠졌다.
2010년 10월 국토해양부가 발주한 해당 공사는 전남 여수와 고흥을 잇는 1296억원 규모 관급공사로 입찰 결과 현대산업개발이 공사를 수주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서울 소재 모 식당에서 부장들이 한데 모여 95%를 밑도는 투찰가 4개(94.8%~94.97%)를 임의로 정해놓고 ‘사다리타기’로 각자 입찰에 써낼 가격을 나눈 뒤, 투찰 당일 상대 회사에 직원을 보내 앞서 짠 대로 투찰하는지 서로 감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담합을 지시·보고받은 당시 각사 토목사업본부 상무들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 법인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지만,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 법인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로 형사처벌은 면했다.
검찰 관계자는 “업체들이 처벌로 받는 위험보다 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크고, 관련 임직원들이 직접 처벌대상을 면하는 경우가 잦아 회사 지시를 따르는데 부담감이 덜한 것이 지속적인 적발에도 불구하고 담합이 끊이지 않는 이유”라면서 “행위자 개인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은 입찰 담합 등 부당 공동행위에 대해 각각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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