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핀을 선물로 산 남편. 머리카락을 팔아 남편에게 시계줄을 선물한 아내.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 어린이들은 양말을 걸어 놓고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다린다. 이는 4세기 동로마 제국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지역의 성 니콜라우스로부터 시작됐다. 어느 날 니콜라우스는 한 가난한 집의 세 딸이 지참금이 없어 결혼을 못 올리는 딱한 사연을 듣고 몰래 그 굴뚝으로 금 주머니를 떨어뜨렸는데 이것이 벽난로에 걸어둔 양말 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과거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보내는 일은 자선 사업의 일환이었다. 1970년에는 군 병원에 피가 모자란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정신여고 학생회 100여명이 크리스마스 카드 대신 헌혈증을 전달하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월남으로 파병 간 장병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통조림 김치와 고추장을 보냈다.
88올림픽 개최로 경제가 호황이던 1980년대는 크리스마스 선물도 잘 팔렸다. 1988년 경향신문은 12월 20~23일 롯데백화점의 경우 전자완구는 하루 평균 1000만원, 블록완구는 800만~900만원어치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팔렸다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여파로 한창 어려웠던 1990년대 후반엔 1만원 미만의 알뜰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생활잡화를 비롯해 주방용품, 목욕용품 등이 대표적이다. 5000원짜리 전화카드와 버스·지하철 카드도 주고받았으며 상대가 좋아하는 음악을 공테이프에 녹음해주거나 함께 찍은 사진을 연하장에 붙여 선물하기도 했다. 1998년 인터넷 쇼핑몰도 국내에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상점에서 줄을 서거나 선물을 고를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남성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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