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 주공 등 강남 재건축 단지 분양
수요 많은데 일반분양 줄어 경쟁 치열
정부 가계부채 대책·美 금리 등 변수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올해 부동산 시장은 규제 완화 훈풍과 전세난, 높은 월세 등을 감당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서면서 풍년을 이뤘다. 재건축 시장은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과 미국 금리인상 여파로 인한 불안 심리로 최근 1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내년 상반기 서울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을 준비하고 있어 반등을 예고하고 있다.
22일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한해 재개발·재건축 시장은 지난해보다 두 배 가량 증가한 30조원에 달했다. 연간 주택 매매거래가 120만건을 돌파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자 재건축조합과 건설사들이 묵혀뒀던 분양 물량을 밀어낸 점도 한몫했다. 1970~80년대 입주한 재건축 단지들은 대부분 입지여건이 뛰어나 선호도가 높다. 올해 청약 경쟁률이 높았던 상위 10곳 중 7곳이 재개발·재건축 단지였다.
서울 반포·대치·서초 등의 재건축 단지는 입지가 좋은 만큼 분양가도 크게 높였다. 지난 10월 분양한 반포 래미안아이파크(서초한양 재건축)는 3.3㎡당 평균 4257만원으로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다. 인근 반포 센트럴푸르지오써밋도 3.3㎡당 평균 4094만원을 책정했다. 이 밖에도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3.3㎡당 평균 3800만~3900만원을 책정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가 이처럼 분양가 상승을 주도해 올해 진행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2739만원을 기록, 같은 기간 분양된 일반 아파트 평균 분양가(1157만원)보다 1582만원(136.7%) 비쌌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청약제도 간소화, 저금리 등으로 시장여건이 좋아지면서 지지부진하던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가 붙었다"고 분석했다.
청약 경쟁률도 치솟았다. 송파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헬리오시티는 최근 12년 동안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 중에서 가장 많은 청약자가 몰렸다. 지난달 진행된 이 단지 청약접수에서 전용면적 39㎡C형은 4가구 모집에 1338명이 신청해 334.5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지별 전국 최고 청약경쟁률을 보인 곳은 대구 수성구에서 9월 나온 재건축아파트 힐스테이트 황금동으로 평균 622대 1에 달했다.
재건축 시장은 내년에도 강남 주요 단지의 분양에 힘입어 뜨거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선 내년 상반기에는 서울 개포동 일대 재건축 물량이 대거 나온다.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개포주공 3단지는 3.3㎡당 3500만원 이상에만 붙이는 프리미엄 브랜드 더 에이치(THE H)를 처음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인근 개포주공 2단지와 개포시영 아파트도 재건축에 돌입해 내년 상반기 중 분양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삼성물산이 서초 잠원한신 18차를 재건축하는 단지가 분양 시장에 나오고 대림산업이 재건축하는 한신 5차도 내년에 시장에 선보일 전망이다. 강남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도 재건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들 단지 대부분은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다. 개포주공 3단지는 전체 1235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이 73가구에 불과하다. 개포시영도 2294가구 가운데 204가구 만이 일반에 분양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는 실수요와 투자수요 모두 높아 여전히 수요가 풍부하다"면서 "수요는 많은데 일반분양이 적어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빚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가계 대출 가이드라인으로 부동산 시장의 단기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년 2월(지방 5월)부터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가 60%를 초과하는 신규 주택 담보대출은 원칙적으로 거치 기간이 1년을 넘지 못하게 된다. 중도금 집단대출에도 제동이 걸렸다. 미국의 단계적인 금리인상도 불안 요인 중 하나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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