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30대 남성이 어린 딸을 2년간 감금·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더 맞을까봐 집 밖에 나갈 생각을 못했던 11살 딸은 배가 너무 고파 맨발로 가스배관을 타고 집을 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딸 A 양(11)을 2년간 집에 가둔 채 굶기고 상습 폭행한 혐의(아동학대)로 아버지 B 씨(32)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폭행에 가담한 동거녀 C 씨(35)와 그의 친구 D 씨(36·여)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A양이 집에서 감금된 채 밖으로 나오지 못한 것은 2013년 아버지 B씨와 함께 인천 연수구의 한 빌라로 이사를 간 뒤부터다. A양은 2학년1학기까지는 학교에 다녔지만 아버지 B씨는 인천으로 이사한 이후에는 A양을 학교에 보내지도 않고 집에 가뒀다.
B씨는 동거녀 C 씨(35)와 살며 직업도 없이 온종일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 빠져 살았다. A양은 경찰에서 "아빠는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말고는 거의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딸을 자주 때렸다.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은 탓에 A양이 집에 남은 음식이라도 찾아 먹으면 B씨는 "아무 음식이나 먹는다"며 호되게 매질했다. B씨는 손과 발로 딸을 때리고 옷걸이를 걸어두는 행거 쇠 파이프로도 때렸다.
A양은 아빠가 일주일 넘게 밥을 주지 않을 때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최소한의 영양도 섭취하지 못한 탓에 A양의 키는 120cm, 몸무게는 16kg에 그쳤다. 초등학교 5학년 나이 어린이의 몸무게가 4살 평균 몸무게에 불과했다.
A양은 아빠가 더한 폭행을 할까 봐 집 밖에 나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양은 그러나 지난 12일 낮 11시께 배가 너무 고프자 자신이 살고 있는 빌라 2층 세탁실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아빠 몰래 집을 탈출했다. 당시 A양의 늑골은 골절된 상태였고 다리와 팔 곳곳이 멍들어 있었다.
B씨는 약 8년 전 아내와 이별한 뒤 별다른 직업 없이 동거녀 도움으로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은 아동보호기관 등의 지원으로 현재 병원에서 늑골 치료를 받으며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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