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침체된 국내 럭비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종합물류유통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실업팀을 창단하면서 경기력과 기반을 향상시킬 토대를 마련했다.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19년 일본에서 열릴 국제럭비연맹(IRB) 월드컵 대회를 준비할 동력이 생겼다.
현대글로비스가 지난 15일 럭비단을 창단하면서 국내 실업팀은 한국전력과 포스코건설을 포함, 세 곳으로 늘었다. 국군체육부대까지 네 팀이 경쟁하는 실업리그와 종별선수권 등의 안정적인 대회 운영이 가능해졌다. 실업팀 입단과 국가대표 발탁을 목표로 하는 학생 선수들의 희망도 커졌다.
주장 이병준(24)은 "한동안 몸담을 팀이 없어 대한럭비협회 소속으로 뛰었다. 현대글로비스에서 소속감을 느끼면서 선수생활을 하게 돼 자부심이 생긴다"고 했다. 선수 아홉 명으로 출발한 창단 멤버의 규모는 더 확대된다. 정삼영 감독(47)은 "팀에 필요한 선수가 있다면 출신을 가리지 않고 선발하겠다"고 했다. 추가로 선발할 인원은 최대 열여덟 명. 국내에서 뛸 팀이 부족해 일본 등 해외리그 입단을 타진했던 유망주들은 물론 지난 1월 해체한 삼성중공업 출신 선수들도 영입 후보군이다.
최재섭 럭비협회 선수위원장(33)은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꾸준하게 훈련을 하고 대회를 하면 대표팀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글로벌 기업이 팀을 운영해 국제대회 출전과 국내 리그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후원사도 보다 순조롭게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럭비는 변화와 도약의 길목에 있다. 1924년 파리 대회 이후 92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선정됐고, 가장 큰 규모의 럭비 월드컵이 3년여 남았다. 이 대회에 대표팀이 출전 자격을 따내고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외면 받았던 국내 럭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 있다. 대기업이 팀을 운영하면 경쟁력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 삼성중공업이 1995년 1월 팀을 창단한 뒤 대표팀은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7인제와 15인제에 걸쳐 모두 금메달을 땄다. 두 대회에서 7인제는 대표선수 60-70%(12명 중 7-8명), 15인제는 30-40%(26명 중 9-10명)를 삼성 소속 선수로 채웠다. 지난해 매출액 13조9220억 원, 영업이익 6446억 원을 기록한 현대글로비스의 투자가 더해진다면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51)은 "럭비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도록 꾸준히 지원하겠다. 현대글로비스와 국내 럭비가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기대한다"고 했다.
럭비협회도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52). 그는 지난 15일 협회 부회장을 맡기로 했다. 최 회장은 "2019년 럭비 월드컵과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럭비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후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2013년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을 창단한 뒤 과감한 지원으로 팀을 2년 만에 V리그 챔피언으로 이끌었고, 아마추어 종목인 하키단도 후원하고 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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