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닉된 비트코인 110만개 갖고 있어…한꺼번에 처분하면 가치 급락 가능성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2009년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개발했다는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베일 속의 인물은 호주 시드니에 사는 기업인이자 학자인 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44)일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 인터넷판은 라이트가 비트코인을 탄생시킨 나카모토일 가능성이 높다며 충분한 증거도 확보됐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보기술 전문 매체 기즈모도도 라이트와 2년 전 숨진 미국의 컴퓨터 전문가 데이브 클레이만이 비트코인 개발에 관여했다고 전했다.
와이어드ㆍ기즈모도는 라이트와 세무 관리들의 대화록 같은 각종 문서 및 e메일, 라이트가 2008년 쓴 것으로 추정되는 블로그 포스트 등을 입수해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호주 연방 경찰은 9일 오후 라이트의 시드니 주택을 급습해 언론으로부터 주목 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급습이 비트코인 개발 과정에서 라이트가 맡은 역할과 관련된 게 아니라 세금 문제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비트코인 개발자가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교외에 사는 60대 남성 엔지니어 도리언 나카모토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나카모토는 이를 적극 부인하며 소송까지 냈다.
신원 미상의 비트코인 개발자에 대해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을까. 그것은 현재 총 63억달러(약 7조4460억원)에 이르는 비트코인의 가치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애초 2100만개만 발행되도록 설계됐다. 그러니 앞으로도 공급은 계속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지면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트코인을 채굴해 거래하려면 우선 컴퓨터에 클라이언트 프로그램부터 설치하고 가상계좌도 만들어야 한다. 클라이언트가 컴퓨터에 문제를 내면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가 계산해 비트코인의 암호화 강도를 높인다.
초기와 달리 지금은 문제 난이도가 높아져 비트코인 채굴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최신형 CPU를 한계치까지 활용해도 문제 해결에 몇 달이 걸리곤 한다. 이는 이론상 비트코인 가격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한다. 이렇게 채굴한 비트코인은 사고 팔 수 있다.
비트코인의 중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거래 원장이 남는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탄생 초기에는 많은 양의 비트코인을 쉽게 채굴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비트코인 개발자가 많은 양의 비트코인을 갖고 있을 게 분명하다.
사실 110만개의 비트코인이 어딘가에 은닉돼 있다. 110만개라면 현재 가치로 5억달러에 상당한다. 흔히들 이를 비트코인 발명가가 갖고 있지 않을까 추정한다.
와이어드는 비트코인 110만개가 법적 합의 아래 오는 2019년까지 일종의 디지털 신탁펀드에 묶여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와이어드의 보도대로라면 개발자는 2020년 이후 이를 처분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많은 양의 비트코인이 한꺼번에 시장으로 쏟아져 나와 가격은 크게 출렁일 수 있다.
비트코인을 발행하고 관리하는 별도의 중앙은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폐나 동전과 달리 비트코인이 물리적 형태로 발행되는 것도 아니다. 은행 같은 별도의 기관을 거치지 않아 거래는 편리하다.
비트코인 개발자가 비트코인 110만개를 깔고 앉아 있다면 그는 일종의 중앙은행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가 비트코인을 달러 같은 실질 화폐로 환전하면 갑작스런 과잉공급에 가격은 뚝 떨어져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트코인의 운명이 개발자 한 사람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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