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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점검]아웃사이더 vs 인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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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2016년 11월8일. 세계에서 가장 힘 센 사람을 결정할 제46대 미국 대선이 이제 11개월도 남지 않았다. 미 대선 경선 레이스도 이제 초반을 지나 중반전으로 접어들며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올해 초부터 달아올랐던 대선 레이스는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 대선 역사상 처음으로 '아웃 사이더(outsiderㆍ외부자)'들이 선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물론 과거 선거에도 아웃사이더 돌풍은 있었다. 1992년 선거에선 기업가 출신의 로스 페로가 돌풍을 일으키며 제3의 후보로 나서 대선까지 완주했다. 2000년 선거에선 시민운동가 출신 랠프 네이더가 녹색당 후보로 나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들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거대하고 공고한 양당제의 틀을 위협하지는 못했다. 그야말로 제3의 후보 이상의 의미를 띠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이번 대선에선 아웃사이더들이 각 당의 주류 후보를 압도하거나 끈질기게 위협하고 있다. 대중의 관심과 대선 열기도 아웃사이더들에게로 쏠리고 있다. 주류 정치권 출신 후보들이 오히려 뒤로 밀려 있는 느낌마저 든다. 올해 초까지 워싱턴 정가나 언론들은 전혀 예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아웃사이더 열풍은 공화당 경선에서 특히 뜨겁고 거세다. 아웃사이더들이 주류 후보들을 초토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경선 초반부터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선두를 유지하고 외과의사 출신 벤 카슨은 2위 그룹을 이끌고 있다.


대개 미국의 정치 엘리트들은 젊은 시절부터 풀뿌리 정당 조직에서 활약하다가 시장 혹은 하원의원을 거쳐 연방 상원의원 또는 주지사 코스를 밟는다. 현재 공화당 후보군에서도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와 테드 크루즈(텍사스) 등 현역 상원의원과 젭 부시(플로리다), 크리스 크리스티(뉴저지) 등 전현직 주지사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트럼프와 카슨은 미국 내 정통 정치 엘리트들이 밟아온 길과는 출발부터 달랐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동산개발업자이자 유명 방송인이다. 정치적 뿌리도 민주당에 가깝다. 민주당적을 지닌 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종종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다 몇 년 전에야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은 대체로 극우 보수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공화당의 정통 정책 노선에서 이탈한 것도 상당히 많다. 대표적인 것이 부자 증세다.


경선 초반 다른 대선 주자들이 "당신이 진정 공화당원 맞느냐"며 트럼프의 정체성을 공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카슨 역시 공화당은 물론 미국 정가의 아웃사이더다. 그는 33살에 세계적 권위의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병원의 소아신경외과 최연소 과장에 올랐다. 3년 뒤인 1987년에는 세계 최초로 머리가 붙은 샴 쌍둥이 분리 시술에 성공하는 등 명의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던 카슨이 보수파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3년 2월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당시 옆에 앉아 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자증세와 오바마케어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자기 나름의 대안을 제시, 보수파들의 극찬을 받았다. 이후 아예 보수 논객으로 나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고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시기에 공화당에 입당했다.


미국 언론과 정치 전문가들은 아웃사이더 열풍의 배경으로 기존 정치에 대한 거부감을 지목한다. 11월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응답자 중 74%는 '정치인들이 국가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챙긴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정치에 능숙한 정치인보다는 자신을 대신해 속 시원하게 할 말을 다해 주는 정치인에 열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아웃사이더 열풍의 최대 피해자는 주류 후보들이다. 특히 한때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손꼽혔던 부시 전 주지사의 몰락은 참담할 정도다. 부시 전 주지사는 지난 6일 CNNㆍORC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까지 추락했다. 트럼프의 지지율 36%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공화당 내에서 기대주로 평가됐던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를 비롯해 릭 페리(텍사스), 보비 진덜(루이지애나) 주지사들은 이미 경선 포기를 선언하고 짐을 쌌다. 그나마 비교적 정치 경력이 짧은 루비오와 크루즈 의원이 살아남아서 인사이더들의 체면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공화당 지도부와 주류들은 최근 심각한 위기감에 빠져 있다. 아웃사이더들 덕분에 공화당 경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정작 본선 경쟁력은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 등은 멕시코 이민자와 최근 무슬림에 대한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며 공화당 유권자와 보수파들의 지지를 결집하고 있다. 하지만 백인 보수층은 물론 히스패닉과 무슬림 등 소수계 유권자의 표를 합쳐야만 대선에선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 공화당 주류의 판단이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와 카슨이 이끌고 있는 '극우 보수 드라이브'는 오히려 공화당 지도부의 대선 전략에 역주행하고 있는 셈이다.


주류들의 반격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8일 공화당 원내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주장은) 우리와 당이 추구하는 목표와 맞지 않으며 미국의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공화당 보수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딕 체니 전 부통령조차 "우리의 신념과 다른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공화당 주류 그룹들이 트럼프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화당 일각에선 트럼프 낙마 캠페인 광고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시 전 주지사 캠프 측은 트럼프를 향해 '보수주의자가 아닌 파시스트'라며 전면전에 들어갔다. 내년에는 공화당 주류가 아웃사이더인 트럼프 낙마에 적극 나서면서 양측 사이에 내전이 발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경선 역시 아웃사이더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그 주역이다. 그는 민주당 당적도 없는 무소속 후보로 경선에 참가했다. 학생운동권 출신인 샌더스는 지금도 사회주의자를 자처할 정도로 미국 주류 정치와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다. 공약도 민주당의 전통적 정책보다 훨씬 진보적이다. 그는 월가로 대변되는 대형 금융기관 해체, 전 국민 공공 의료보험 확대, 자유무역 반대, 강력한 총기 규제를 주요 정책으로 들고 나왔다.


대중들은 "미국은 상위 1%가 대부분의 부를 독식하고 실제 대다수 국민은 하층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미국은 선진국이 될 자격이 없다"는 그의 주장에 열광하고 있다. 다소 진보적이어도 미국 사회의 병폐를 과감히 드러내고 소신 있게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의 대중적 인기는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 선정에 앞서 진행한 온라인 독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재차 입증됐다.


샌더스 돌풍은 지난 9~10월 민주당 대선 유력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거의 따라잡을 정도로 거셌다. 대세론에 취해 있던 클린턴 전 장관 캠프에서조차 위기론이 고개를 들 정도였다.


하지만 민주당이나 클린턴 전 장관 측 대응은 공화당과는 다르다. 샌더스가 제시한 친 서민 정책과 행보를 흡수, 지지층을 더 확대하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권층 이미지가 강하고 월가에 우호적인 것으로 분류됐던 클린턴 전 장관이 중산층 복원에 초점을 맞추고 월가 개혁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도 샌더스 돌풍에 영향을 받은 결과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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