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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된 여론…불교계 중재가 최악의 '법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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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10일 오전 조계사 자진 퇴거 후 경찰 출두, 배경은?...

악화된 여론…불교계 중재가 최악의 '법난' 막았다 ▲한상균 위원장이 10일 관음전에서 나와 대웅전 마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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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조계사에서 나와 경찰에 자진 출두하며 고조됐던 양측간 갈등은 일단락됐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로 들어간지 24일만에, 지난 5일 2차 민중총궐기 후 5일만에 자진출두한 것은 우선 농성 장기화에 따른 여론 악화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농성에 임해도 성과가 있을 지 말까 하는 상황임에도 한 위원장의 농성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은 갈수록 냉랭해졌다. 특히 1차 집회의 폭력 시비ㆍ2차 집회 후 자진 출두 약속 번복 등을 거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자진 출두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9일 시민 500명에게 경찰 체포영장 집행 찬반여부를 물은 결과, 찬성 52.9% 반대 32.9%의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자진 출두를 하면서 평화적으로 사태가 정리되게 된 데는 불교계의 각별한 노력이 한몫했다. 도법 스님(조계종 화쟁위원장) 등 중재에 나서면서 분위기를 전환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조계종이 입을 상처를 남겨선 안된다는 판단이 많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출두하기 전까지도 조계종의 리더십은 빛났다. 조계종은 도법 화쟁위원장을 통해 '품 안에 숨어 든 새'인 한 위원장의 신변을 상당기간 보호했다. 야당ㆍ시민사회의 노동 입법에 대한 관심, 정부ㆍ여당의 양보를 촉구하기도 했다. '상생ㆍ포용'이라는 불교의 근본 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9일 진행되던 경찰의 강제연행을 중단시키고 한 위원장을 설득해 자진 출두하게 만든 과정도 마찬가지다. 자승 총무원장은 한 위원장의 농성과 관련해 그동안 도법 화쟁위원장ㆍ조계사 부주지 등에 신변 보호 및 중재를 맡긴 채 직접 나서지 않았었다. 그러나 경찰 병력이 조계사에 진입해 한 위원장을 강제로 끌어내려던 순간 "내일까지 해결하겠다"고 직접 나서 연행을 막았다. 경찰의 군화발이 조계사를 '유린'하는 최악의 법난을 막아낸 것이다.


이로 인해 경찰과 불교계는 더 이상 관계가 악화되지 않는 등 한시름을 덜게 됐다. 경찰은 전날 오후 조계사에 경찰을 투입하며 강제 연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하루만 더 기다려달라"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중재로 중단했다. 경찰로서도 조계종의 반대를 무릅쓰고 체포를 강행했다가 범불교계가 강하게 반발할 경우 악화된 여론으로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지난 2002년 발전노조원을 체포하면서 허락없이 조계사에 진입했다가 서울경찰청장이 사과하고 종로경찰서장이 108배를 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2008년에도 광우병시위 관련 조계사 농성을 진압하면서 지관 총무원장 스님의 차량을 검색했다가 '종교편향' 논란을 빚었다.


한편 민주노총은 한 위원장의 자진 출두로 인한 지도부 공백에도 불구하고 투쟁을 계속 벌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과 전국에서 일제히 한 위원장의 연행에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한다. 또 오는 16일 노동 5대 입법 추진에 반대하는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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