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야 서민 주거는 안정될 수 있다. 그런데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한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표준건축비'다.
임대주택 건설사업을 할 때 주택도시기금의 지원을 받거나 공공택지에서 사업을 하게 되면 공공건설임대주택으로 구분된다. 임대주택업체 대부분이 기금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임대아파트라 하면 공공건설임대주택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공공건설임대주택에 대해서는 표준임대보증금, 표준임대료 등의 가격제한이 수반되는데 이러한 금액산정의 기초가 되는 것이 표준건축비다. 이 임대주택 표준건축비는 2008년 12월 고시된 이후 7년이 지나도록 그대로다.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자재, 노무, 장비 등의 물가변동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는 그동안 20% 이상 상승했고,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에 쓰이는 기본형건축비도 6개월마다 고시되며 물가상승률이 반영돼 왔다. 하지만 표준건축비는 요지부동이다. 이로 인해 분양과 임대주택 간 건축비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표준건축비가 기본형건축비의 67.5%에 불과하다. 태생적으로 고품질의 임대주택이 나올 수 없는 제도적 여건이라 할 수 있다.
민간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5년 임대주택과 10년 임대주택으로 구분된다. 10년 임대주택은 임대장기화에 따른 임대사업자의 리스크 부담을 감안, 임대의무기간 경과 후 분양전환 시 감정평가액 이하로 분양전환할 수 있다. 5년 임대주택은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을 산술평균한 가액을 분양전환가격으로 규정한다.
표준건축비 동결이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5년 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을 할 경우다.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을 산술평균하되, 분양전환 당시의 주택가격에서 감가상각비를 뺀 금액 이하로 분양전환가격을 산정해야 하는 단서 조항이 있다. 여기서 분양전환 당시의 주택가격은 표준건축비를 기초로 산정하는데 그 표준건축비가 전혀 인상되지 않은 7년 전의 표준건축비다.
즉 입주 후 5년간 임대하고 분양전환하는데 입주할 때의 건설원가 이하로 분양전환하라는 의미다. 더구나 감가상각비까지 뺀 금액 이하여야 하므로 임대사업자는 감가상각비와 물가상승률 미반영분 만큼을 합친 만큼 손실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동안 표준건축비는 임대료 상승을 우려한 물가당국의 통제와 분양전환가격 상승에 따른 임차인의 민원을 우려한 정책당국의 미온적 태도 등으로 동결돼 왔다. 기저에는 그래도 남는 게 있으니 사업하는 게 아니겠느냐는 안이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의 경영 여건은 갈수록 악화돼 중소주택업체가 부도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를 상대로 부작위 위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이는 민간임대주택 건설업체들이 그만큼 절박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와중에 10년 임대주택도 5년 임대주택과 마찬가지로 감정평가액이 아닌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의 산술평균가액을 분양전환가격으로 정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그런데 이 법안에서 적용대상을 새로 사업계획승인을 받는 것부터가 아닌 이미 임대 중인 주택을 분양전환승인 신청하는 것부터로 정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표준건축비의 장기 동결로 10년 임대주택으로 눈을 돌린 임대사업자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 법안은 헌법상 사적자치, 계약자유의 원칙에 위배되는 소급입법에 해당한다. 이미 입주자를 모집할 때 분양전환가격 산정방법에 관한 사항이 공고됐고 계약서까지 작성된 사항을 입법으로 침해하기 때문이다.
법안이 처리될 경우 신뢰를 보호받지 못해 손해를 입은 사업자들의 헌법소원, 임대사업자와 임차인 간의 소송 발생 등 심각한 부작용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성남 판교 등 주변시세가 크게 오른 지역 임차인들의 로또당첨을 위한 법안이라는 비아냥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으로 임대차시장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철회돼야 할 것이다.
김종신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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