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주거복지 페스티벌이란 행사가 열렸다. '주거복지'에 '페스티벌'이란 용어를 붙여 어색한 이름의 이 축제는 우려와 달리 아주 성공적으로 끝났다. SH공사가 주거복지서비스 전문기관이 되겠다고 선언한 후 한 해 동안 수행했던 다양한 주거복지사업을 한군데 모아서 성과를 공유하고 입주민들과 주거복지사업 참여단체들이 마을잔치를 열었고, 수만 명이 방문해서 함께 즐겼다.
주거복지란 무엇일까?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주택문제의 대부분은 바로 주택공급 부족에서 기인했다. 그 시기에는 대량의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해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주거복지였다. 예전의 주택공사나 토지공사는 바로 이 역할을 가장 잘 하는 훌륭한 주거복지기관이었던 셈이다.
요즈음은 어떤가? 전세가격 급등과 급격한 월세화로 주거비 부담은 더 커지고 청년층과 신혼부부들은 과도한 주거비 때문에 미래의 꿈을 포기하고 있다. 주택공급 과잉을 걱정해야 할 만큼 공급물량이 넘치고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니 과거의 주택문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분명하다.
주택문제의 본질이 과거와 다르고 그 원인도 달라졌다면 그 해법도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주거복지서비스 전문기관으로 역할을 자임한 지방공기업이 주거복지 현장에서 접하는 현실은 여간 녹록지 않다. 여전히 과거 주택공급 부족 시대에 만들어진 제도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거나 새로운 주거복지서비스를 위한 지원제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거복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뿐만 아니라 주거급여, 주택개량, 주거상담, 공동체 지원시설 등이 지역단위에서 맞춤형으로 공급돼야 하지만 여전히 개별사업별로 주체별로 고려되고 있다. 지역단위에서 수요자의 특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주거복지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
지역별로 맞춤형 주거복지서비스를 공급해야 할 지방공기업에 과도한 부담과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공기업 경영평가기준은 대표적인 주거복지 수단인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기관일수록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 전세대란 속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전세보증금이 부채로 평가되기 때문에 공기업 평가나 공사채 발행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공공복지사업에 대해서는 가산점을 주거나 최소한 불리한 평가는 받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주거서비스나 도시재생사업은 점차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도 지방공기업은 배제하고 국가공기업에만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주거급여는 주거복지서비스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국가공기업에만 조사사업 수행권을 부여하고 있다. 서울의 주택공급의 대부분은 SH공사가 주도하고 있는데 주택도시기금에 의한 출자나 출연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방공사는 공공임대주택 리츠(REITs) 사업을 추진할 때 자산관리업무 수행이나 공사감리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주거복지서비스를 받는 수혜자의 관점에서 보면 더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그 역할을 수행하도록 개선돼야 한다.
한 지역의 주거복지서비스는 공공임대주택과 주거급여뿐만 아니라 수많은 서비스가 복합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주민을 위한 다양한 상담, 일자리 지원, 육아지원, 교육지원, 작은 도서관 등 문화시설 지원 등이 그것이다. 당연히 수많은 공공단체, 민간기업, 자원봉사단체, 전문가, 비정부기구(NGO) 등이 함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SH공사가 올 한 해 동안 150여개의 기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유도 바로 다양한 주거복지서비스를 이들과 함께 제공하기 위해서다.
주거복지서비스란 수많은 주체들이 함께 참여해 좋은 마을공동체를 만들 때 완성될 수 있다. 앞으로는 마을별로 주거복지 페스티벌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변창흠 SH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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