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이사장을 만난 적 없다"는 최 부총리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진술이어서 주목된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지청장 이상용)은 지난 3일과 4일 박 전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4일 박 전 이사장과 중진공 직원 대질조사를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이 나왔다.
박 전 이사장은 2013년 8월 최 부총리 의원실 전 인턴직원 황모씨가 중진공 정규직으로 채용될 때 이사장으로 재직한 인물이다.
중진공은 서류ㆍ면접전형 점수를 조작하고 1차 합격 정원을 바꾸는 방법으로 황씨를 채용했다.
검찰에서 박 전 이사장은 황씨 채용 문제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 되던 지난해 11월 서울 정부종합청사 대외경제장관회의가 끝난 뒤 최 부총리 측과 중진공 측 관계자 주선으로 최 부총리를 직접 만났다고 진술했다.
최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황씨의 이름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전 이사장은 "2013년 8월 황씨가 채용에서 탈락한 사실을 당시 중진공 부이사장을 통해 최 부총리 측에 알렸는데 '직접 와서 보고하라'는 말을 듣고 최 부총리를 직접 만나 설명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범규 전 중진공 부이사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박 전 이사장이) 국회로 갈 때는 '(채용이)안 되겠다'는 말을 전달하러 갔는데 돌아와서 '그냥 (입사를) 시키라'고 했고, 그래서 입사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최 부총리는 지난 10월 국회 대정부질문 등에서 인사청탁을 둘러싼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박 전 이사장을 만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황씨 채용 당시는 물론 다른 시기에도 최 부총리와 박 전 이사장이 만났다는 진술을 당사자 중 한 명으로부터 확보함에 따라 앞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인지 주목된다.
검찰이 의혹의 핵심 관계자로부터 이런 내용의 '직접 진술'을 확보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최 부총리 측 관계자는 "(인사청탁은 전혀 근거가 없고 취업에 관여한 바가 없다는) 기존 입장 외에 더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두 사람이 만나서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 지와 무관하게, 접촉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최 부총리 측을 조사할 근거가 충분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아직 최 부총리 측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계획은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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