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20억6000만달러 규모 교량건설 공사
수백개의 말뚝 위에 상판 연결작업 한창
1㎜의 오차 없이 1687만시간 무재해 기록
최첨단 기술로 '세계 최장다리' 도전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쿠웨이트의 수도 쿠웨이트시티 북쪽과 바다 건너 수비야(Subiyah) 지역을 연결하는 셰이크 자비르 코즈웨이(Kuwait Sheikh Jaber Al-Ahmad Al-Sabah Causeway) 공사 현장. 발주처인 쿠웨이트 공공사업성(Ministry of Public Works) 현장책임자와 감리사에서 나온 감독들이 모였다. 박찬수 현대건설 전무(현장소장)가 이들을 VIP용 쾌속정에 태워 쿠웨이트만 바다 한복판으로 30여분을 달렸다.
이미 현대중공업의 2200t급 대형 해상 크레인이 1800t에 이르는 콘크리트 교량 상판을 번쩍 들어올려 바다 위 말뚝처럼 세워둔 콘크리트 보드파일 위로 서서히 이동하는 중이었다. 길이 40~60m, 지름 3m에 이르는 보드파일은 수심에 가려진 부분까지 포함하면 웬만한 고층빌딩과 맞먹는 높이다. 이쪽 바다 끝에서 저쪽 바다 끝까지 이 같은 말뚝 수백 개가 끝없이 줄지어 세워진 모습이 장관이다.
지난 11월 중순 쿠웨이트만 한쪽의 풍경이다. 한여름 폭염은 누그러졌다지만 햇빛은 강렬하다. 어디선가 작은 보트를 타고 나타난 현장근로자 수십 명이 보드파일 위로 올라가 상판이 내려오길 기다린다. 여기저기서 긴박한 움직임이 인다. 안전규칙을 지키면서도 육중한 물체를 정밀하게 맞춰야 한다는 강박이 뒤엉킨다.
한번에 정확한 지점에 딱 맞춰 상판을 올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크레인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거리를 좁혀 온다. GPS로 경도와 위도, 세밀한 위치를 확인하며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보드파일 위 상공에서 또다시 상판을 내리는 데만 거의 40분이 소요됐다. 배 위에서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상판이 거의 다 내려오자 작업자들이 우르르 몰려가 체인블럭을 설치하고 마지막 1㎜의 오차도 없게 상판을 얹는 데 성공한다. 이렇게 쿠웨이트 셰이크 자비르 코즈웨이 해상교량의 3번째 상판이 놓였다. 앞으로 상판 955개가 더 이 같은 방식으로 연결돼야 한다.
이 해상교량 프로젝트는 수비야 신도시 개발을 통해 국토를 균등하게 발전시키겠다는 쿠웨이트 정부의 마스터플랜에 따라 발주됐다. 교량 이름부터가 쿠웨이트 선왕의 이름을 따서 지어질 만큼 중요한 사업이다. 전체 발주금액 26억2000만달러(약 2조9000억원) 가운데 현대건설의 비중은 78.53%, 20억6000만달러로, 1984년 리비아 대수로 이후 국내 건설업체가 수주한 해외 토목공사로는 최대 규모다.
2018년 11월 이 교량이 완공되면 기존 쿠웨이트만 남쪽에서 북쪽까지 빙 둘러가야 했던 길이 다리를 통해 한번에 건널 수 있게 된다. 거리는 기존 80㎞에서 절반 이상 줄어들고 자동차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 또한 1시간10분에서 단 20분으로 크게 단축돼 더 많은 사람과 물자가 편히 오고 가는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
교량의 총연장은 36.14㎞. 서울 한강을 따라 동서로 가로지르는 강변북로(28.5㎞)보다 7㎞ 이상 더 긴 도로가 육지가 아닌 바다 위를 횡단해 놓이는 셈이다. 왕복 6차로(비상차로 2개 포함해 8차로)의 메인링크(Main Link) 교량이 완공되면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교량이 된다.
여기에 GS건설이 시공 중인 도하링크(Doha Link) 구간 12.43㎞를 합치면 전체 길이는 48.57㎞에 이른다. 길이 41.58㎞, 6차로인 중국 칭다오의 하이완대교를 뛰어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다.
하지만 공사 규모에 비해 공사기간은 60개월로 길지 않다. 그래서 현대건설은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패스트트랙(Fast Track) 방식을 선택했고, 현재 교량의 남쪽과 북쪽에 각각 사무소를 두고 동시에 공사가 진척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현대건설 본사 직원 186명과 협력사 한국직원 123명, 현장근로자 3500명 이상이 검게 그을린 얼굴에 구슬땀을 흘리며 1687만시간 무재해, 공정률 42.2%를 기록 중이다.
박 전무는 “워낙 대규모 공사이다 보니 감독이나 발주처는 굉장히 보수적으로, 예를 들어 100년 수명이 예상되는 다리를 150년까지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을 만큼 까다로운 설계를 요구하고 변경하는 일도 잦다”며 “현장 공사만큼이나 발주처와의 다양하고 복잡한 조건을 조율하고 결정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발주처인 쿠웨이트 공공사업성의 메이 이브라힘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곳에 나와 있는 현대건설 직원들을 보면 모두들 책임감이 아주 높다”며 “무엇보다 한번 일정이 정해지면 휴일도 없이, 회사 일을 내 일처럼 우선시해 약속한 기한을 맞춰주는 점이 신뢰할 수 있고 함께 일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바다 위 해상교량 부분 27.5㎞ 가운데서도 가장 중앙인 주교량(Main Bridge) 340m 구간은 고난도의 설계와 시공이 필요한 비대칭 사장교(강철 케이블로 주탑과 상판을 열결해 지지하는 다리)로 지어진다. 대형 구조물을 안전하게 지탱하고 사막의 고온과 해수, 강풍을 견뎌낼 수 있는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건설이 세계 교량 공사에서 쌓아온 모든 기술과 경험이 이곳에 집약되고 있는 이유다.
현대건설은 또 해상교량 중간 지점에 2개의 인공섬을 조성, 이곳에 교량 총괄관리본부와 방재·유지관리시설, 구호시설, 관광시설 등 다수의 건물과 시설을 짓게 된다. 마리나리조트와 같은 휴양시설까지 갖추면 그다지 보여줄 만한 관광지가 없다는 쿠웨이트에서 가장 손꼽히는 관광명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박 전무는 “쿠웨이트의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하고 장차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될 대형 사회기반시설 구축 사업을 현대건설이 맡아 수행하고 있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해외 현장에서 축적해 온 실력을 바탕으로 최첨단 기술을 적용, 세계 최장의 교량을 완공해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쿠웨이트=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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