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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인사(人事)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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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인사(人事)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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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한 애정과 관심 잊지 않겠습니다. 정들었던 회사를 떠나지만 인생 이모작을 잘 준비하겠습니다."


띵~ 하고 도착한 스마트폰 문자를 읽는데 가슴 한편이 시큼해졌다. 또 한 명이 떠나는구나. 기업 인사철이구나. 착잡한 심정으로 스마트폰 자판을 꾹꾹 눌렀다. '건승하세요'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 전 잠시 머뭇거렸다. 젊어서부터 한눈팔지 않고 온전히 자신을 내던졌던 직장이었을 텐데. 삶의 한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는 그에게 건승하라는 답장이 위로가 될까. 그래도 임원까지 올랐으니 축복받은 1모작이었다고 해야 할까.

기업 임원은 직장인의 별이다. 하루하루 숨 가쁘게 달려온 보상이다. 인생을 허투루 살지 않았다는 자부심이다. 별을 다는 순간 대접도 달라진다. 개인 사무실이 생기거나 승용차가 나오거나. 연봉 인상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면은 살벌하다.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시한부 인생이다. 실적 부진으로 재계약에 실패하면 그날로 짐을 싸야 한다. 그러니 인사철이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워 문다. 엉뚱한 생각도 비집고 들어온다. 차라리 가늘고 길게 갈 걸….


엊그제 저녁 자리에서도 B임원은 속내를 드러냈다. '짧고 굵게'는 허세일 뿐이라고. 술 한잔을 털어 넣더니 묻는다. "최악의 연말이 무언지 아세요." 답을 찾느라 낑낑거리는데 B가 조급하게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회사에서 잘리고 자식은 수능을 망치거나 취업에 실패하는 거죠." 다들 말없이 술잔을 기울였다.

회사에서나 큰소리를 치지 집에서는 '외로운 섬'이 기업 임원이다. 새벽 일찍 출근해 새벽 일찍 퇴근하는 일상에 가족은 점점 멀어져간다. 머리 굵었다고 데면데면한 자식들, 나이 들었다고 괄괄해지는 마눌님. 컴컴한 거실에 퇴근해 들어서면 그래도 주인이랍시고 꼬리를 흔들어주는 강아지가 눈물겹다.


임원도 아닌 주제에 임원을 걱정하는 것은 저들이 결국은 누군가의 아버지요, 남편이요, 가장이기 때문이다.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떼어내면 눈칫밥으로 연명하는 한낱 직장인일 뿐이기 때문이다. '후배들을 위한 용퇴'라는 사치스러운 포장을 벗겨내면 초라한 중년의 무참한 현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왜 연말에 인사를 몰아서 하는 바람에 이처럼 직장인들을 우울증에 빠지게 하는지. 연말인사와 조직개편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를 몇 달째 방치하는지. 기업 혁신이니 생존이니 경비 절감이니 빽빽 소리를 지르면서 지극히 비극적인 이런 손실은 왜 손을 놓고 있는지, 그것이 미스터리다.






이정일 금융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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