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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2015년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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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2015년의 자존심 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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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원래 내성적인 성격에 고독 벽이 있었다. 한 여자가 거리에서 군인들에게 구타당해 죽임을 당한 이후 그는 '이제까지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위엄에 찬 목소리로' 전쟁을 선포했다.


이후 14번의 암살과 73번의 복병 공격, 한 번의 총살형에도 그는 살아남았고 무려 32번의 반란을 일으켰다. 결국 반란군의 총사령관에까지 올랐고 전설적인 인물이 됐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나 대령의 위대한 어머니 우르술라가 눈이 멀어져 가는 노년에 오히려 총기가 더 트이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대령이 그토록 오래 전쟁을 한 것은 이상 때문이 아니라 '숙명과도 같은 자존심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콜롬비아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표작 '백년동안의 고독'에 나오는 이야기다.


"저한테 왜 그랬어요. 말해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선우(이병헌)가 충성을 다 바쳤던 보스 강 사장으로부터 지옥 같은 고통을 맛본 이후 복수를 하며 묻는다. 강 사장이 답한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오랫동안 회자되는 대사다. 그에게는 자존심이 전부다. 충직한 심복이라도 자존심에 조금이라도 손상을 줬다면 가차 없이 응징해야 한다. 그 비뚤어진 자존심 때문에 결국 모두는 파멸한다.

자존심의 사전적 정의는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다. 옳든 비뚤어졌든, 이 마음은 인간을 용광로처럼 뜨겁게 만드는 힘이 있다. 때로는 목숨보다 더 중히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함부로 건들면 안 된다.


요즘 동남아에 가면 좀 으쓱해진다. '한류' 때문이다. 유치하지만, 왠지 우월한 감정이 든다. 유럽에서까지 K팝의 인기가 높다는 소식에도 우쭐해진다. 어쨌든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있다는 점도 든든하다. 그렇게 우리는 후진성을 벗어 던진 줄 알았고 그에 걸맞게 국민적 자존심이 높아졌다. 정치적으로도 적어도 정부를 비판한다고 잡아가서 고문하는 야만의 시대는 지나갔으니까.


그런데 난데없이 '백골단'으로 불릴 만한 경찰 검거전담반이 가동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일흔을 앞둔 노인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는 중에 대통령은 집회 참가자들을 테러 세력과 비교했다. 지금은 2015년이다. 캐나다는 내각을 남녀 동수로, 장애인과 이민자, 원주민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한국은 반대 목소리를 내려면 다 지난 줄 알았던 '청재킷과 은색 헬멧'의 폭력을 떠올려야 한다. 자존심이 상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정부는 무오류의 절대 선이 아니다. 자꾸 '가만히 있으라'고 해봤자 상처받은 자존심을 더 큰 분노로 바꿀 뿐이다. 광화문을 막는다고 해서 그 분노가 사라지겠는가.






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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