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로큰롤'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나는 이제 새 음악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현역이 아닌 것이다. 복고 지향이라고 하든 말든, 사람이 뭔가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허용량이라는 게 있다. …그런 이유로 최근 편집자에게 아날로그 음반 이야기만 늘어놓았더니, '그럼 오쿠다 씨의 십대 시절 음악 체험을 한번 글로 엮어내 보죠' 하고 추어올려주는 바람에 이 연재 에세이를 쓰게 되었다."
신간 ‘시골에서 로큰롤’은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록에 빠져 살던 소년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1960년대 일본 기후현 가카미가하라시라는 시골에서 로큰롤 소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얘기다. ‘공중그네’로 나오키상을 받고 ‘남쪽으로 튀어!’, ‘올림픽의 몸값’ 등을 베스트셀러에 올려 놓은 작가. “록이 아니었으면 작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 말할 정도로 록은 그의 소년기와 인생 전체를 흔들었다.
작가의 음악 인생은 중학교 1학년 때 라디오를 구입한 순간 시작됐다.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빡빡머리가 되는 동시에 내 라디오를 손에 넣었다. 거기에는 '난 이제 어린애가 아니야'라고 주위에 선언하는 일면이 있었다. 소년에게 자신의 라디오란 텔레비전 앞에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보내는 시간을 거부한다는 뜻이요, 독립의 상징이었다.(중략) 내 청춘은 그날부터 시작된 것 같다."
물론 느닷없이 록을 듣기 시작한 건 아니다. 처음에는 가요곡을 들었다. 미나미 사오리, 아사오카 메구미. 얼굴도 예쁘고 음악도 쉬운 그런 가수의 노래에 즐거워했다. 포크송도 들었다. 그러다 록에 사로잡혔는데 더 뉴 시커스의 ‘I'd Like To Teach The World To Sing', 비요른 앤드 베니의 ’She's My Kind Of Girl' 같이 귀를 깨우는 곡들이었다. 그는“이 노래들에 반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서양을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는지, 외국곡을 듣는다는 행위가 인텔리 같아 보였는지, 단순히 곡이 좋았는지.. 아마 전부일 것이다”고 추억했다. 록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 장의 제목에서도 잘 드러난다.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나 'Abbey Road', 핑크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 등 1970년대 명반들로 채워졌다.
책에는 작가가 중학생 시절을 회상하며 “학교는 그저 한없이 갑갑한 장소였다. 입만 벌리면 규칙, 규칙, 규칙. 유연성이라는 눈곱만큼도 없고, 유머도 농담도 일절 통하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대목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아슬아슬한 청소년기를 지켜준 것 역시 록이었다. 록은 그를 대변하며 초조해하고, 주저하고, 상처받고, 우왕좌왕하는 그를 위로했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남이 안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체제와는 반대편에 서고 싶다, 소수파로 있고 싶다, 모두가 오른쪽을 보고 있을 때 나만은 왼쪽을 보고 싶다. 나는 아저씨가 된 지금도 베스트셀러 책은 읽지 않고, 브랜드 물건 따위 사지 않고, 권위를 믿지 않는다. (중략) 내가 소설가가 된 것은 그 시기의 감동 체험이 바탕에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책은 눈곱만큼도 안 읽었으니 말이다."
지금 뜨는 뉴스
이번 에세이집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일본의 문예지 '소설 야성시대'에 연재한 에세이 16편과 2007년 '소설 신초'에 게재된 단편소설 '홀리데이 히트 팝스'를 엮었다.
(오쿠다 히데오 지음/권영주 옮김/은행나무/1만3500원)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