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알리는 시계 종소리가 울리자 신데렐라의 마차는 주황색이 선명한 호박으로 변한다.
신데렐라를 떠올리면 유리구두나 멋진 왕자님이 생각나야 하는데 가을이 되면 호박이 생각나는 건 동심이 사라져서이다. 신데렐라의 마차가 된 호박(Pumpkin)은 부드러운 맛과 단 맛이 강해 셰프들과 미식가들에게 인기를 끌며 호박수프나 스튜로 만들어지고 미국에서는 설탕과 스파이스를 넣어 호박파이를 만들기도 한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큰 호박을 재배하여 대회나 축제를 열기도 하고 핼러윈에는 속을 파내어 등을 만들기도 한다. 신데렐라의 호박과 품종은 다르겠지만 여름과 가을을 지나 제대로 자란 늙은 호박 한 덩이는 집안에 인테리어로도 손색이 없고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니 부자가 된듯하다.
늙은 호박은 껍질이 단단하여 저장해 두고 쓸 수 있지만 너무 따뜻한 곳에서 보관하면 겉은 멀쩡하나 속에서 섞을 수 있으니 아껴두지 말고 호박죽이나 호박범벅을 만든다. 호박범벅은 달고 구수할 뿐 아니라 소화도 잘되고 영양가도 높아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범벅’은 죽의 한 종류로 곡식 가루에 감자, 옥수수, 콩 등을 넣어 끓인다. 지역에 따라 나는 재료를 활용하여 ‘감자범벅, 옥수수범벅, 호박범벅’ 등이 있다.
늙은 호박에 밤, 배추, 붉은 팥을 넣어 푹 끓인 후 찹쌀 경단을 넣어 푸짐히 끓여주면 하루 한 끼만으로도 배가 부른 맛과 영양을 갖춘 가을의 대표 보양식이다.
재료
늙은 호박 1/6개, 단호박 1/4개, 강낭콩 1/4컵, 밤 4개, 대추 4개, 찹쌀가루 2컵, 설탕 1/4컵, 소금 약간
만들기
1. 늙은 호박과 단호박은 각각 껍질을 벗겨 납작하게 썬다.
2. 강낭콩은 삶아서 건지고, 밤은 껍질을 벗겨 먹기 좋게 썬다. 대추는 씨를 빼고 납작하게 썬다.
3. 찹쌀가루 1컵은 뜨거운 물에 익반죽하여 1cm 크기의 경단을 만든다.
4. 큰 냄비에 늙은 호박과 단호박을 넣고 물 8컵을 넣어 끓여 끓어오르면 은근한 불로 줄이고 호박이 푹 무를 때까지 삶는다.
5. 호박이 부드럽게 익으면 강낭콩과 밤을 넣어 끓이다가 밤이 익으면 찹쌀 경단을 넣어 저어가며 익힌다.
6. 남은 찹쌀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농도를 맞추고 설탕,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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