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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C형간염 미스터리…주범은 주사기 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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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수액 만들때 감염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서울 양천구의 한 동네의원에서 C형간염 환자가 집단으로 발병했다. 검사대상 531명 가운데 66명(12.4%)이 C형간염 감염자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전체 C형감염 유병률 0.7%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병원을 방문한 2269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하고 있는 만큼 감염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병원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6일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다나의원은 2008년 서울 양천구 신정2동에서 신세계병원으로 개원했다. 이후 명칭을 바꾸고 위치를 한 차례 옮겼다. 피로회복용 영양수액과 다이어트 주사 등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지역에서 자리잡았다. 영양제나 비타민 등을 섞어 주사하는 이른바 '칵테일 수액'을 찾는 단골이 늘었다.

다나의원은 지난 19일 C형간염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는 제보가 양천구 보건소에 접수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있다. 다나의원 원장의 부인이 간호사와 환자들을 대상으로 C형간염을 은밀히 조사한 결과 18명의 감염이 확인됐지만, 이를 은폐했다는 제보였다. 보건당국은 즉각 병원을 폐쇄하고 역학조사에 나섰다.


아직까지 명확한 감염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칵테일 수액을 만들 때 사용하는 주사기를 재사용하면서 C형간염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가 혈액을 통해 전파된다. 헌혈 등 수혈을 통해 전염되거나 주사기를 돌려쓰면서 마약을 투약해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피어싱이나 문신, 손톱깍기, 면도기, 주사침 등이 피가 묻어있어도 감염이 가능하다. 성관계를 통해서도 감염된다.

서울대병원 유수종 소화기내과 교수는 "수액에 비타민을 섞을 때 사용하는 주사기가 감염된 상태에서 계속 돌려쓰면서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100~200원 상당의 주사기를 아끼려고 재사용했다기 보단 운반체인 주사기는 피부에 직접 사용한 것이 아닌 만큼 영구적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판단 착오를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도 '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감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주사기 재사용 외에는 설명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다나의원 원장과 부인, 간호조수사 등 이 병원 근무자 일부도 감염됐다. C형 감염은 증상이 없다. 자신들이 C형간염에 감염된 줄 모르고 '칵테일 수액'이나 '신데렐라 수액' 등 영양 수액을 한꺼번에 만들어놓고 오염된 주사기로 옮겨담아 환자는 물론 자신들에게도 투여하면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다나의원에서 50여개의 환경검체를 검사한 결과, 주사기와 주사기를 놓는 트레이(쟁반), 주사기와 연결하는 의료기구 끝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일각에선 다나의원 원장이 3년전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부인이 대신 병원업무를 보면서 감염병 관리에 소홀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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