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하락으로 재정상태가 악화하자 세제개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사우디의 '실세' 왕세자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제2왕위 계승자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국제유가가 현재 배럴당 45달러 수준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재정난을 막기 위해 세제개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담배, 설탕 첨가 음료 등 몸에 해로운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고 부가가치세(VAT)를 도입하는 방식의 세제 개편이 동반될 수 있다"면서 "광산이나 미개발 대지를 민영화하고 세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국내 석유 소비를 줄이기 위해 원자력·태양 발전소를 확대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으며 부유층을 위해 정부가 지출해오던 휘발유·가스·전기·상수도 보조금을 축소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모하메드는 "사우디의 가장 큰 문제는 원유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라면서 "이에따라 예산을 조성하고 지출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세제개편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수준으로 떨어져도 이런 개선안을 실행한다면 기존에 축적해 놓은 외화를 축내지 않고도 충분히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감도 드러냈다.
사우디가 유가하락으로 재정상태가 악화하고 있어 부가가치세 도입 같은 세제개편이 뒤따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기는 했지만 사우디 왕실에서 세제개편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 정부 재정수입의 80%를 차지하는 원유의 국제시세는 지난해 배럴당 115달러에서 현재 45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3.04달러,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는 46.05달러에 거래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저유가의 여파로 사우디의 올해 재정 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1.6%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며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게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놓은 상태다.
한편 사우디는 세제개편 검토와 함께 채권 발행 규모를 5년 안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내년 초 사상 처음으로 국제 자본시장에서 채권 발행에도 나설 계획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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