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전 재무장관이 시리아 난민 사태로 인해 유럽이 분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지난 6년간의 금융위기를 겪으며 유럽은 분열되고 서로에 대해 날을 세우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리스 정부를 대표해 국제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했으며, 협상을 마치고 지난 7월 사임했다.
유럽 각국은 난민에 대해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12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지만, 발칸반도에 위치한 일부 국가들은 난민 수용을 거부했다. 파리 연쇄테러를 계기로 난민 수용 자체에 대한 반감마저 높아진 상황이다.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아프리카와 중동, 남아시아에서 몰려드는 난민들을 언급하며 "유럽연합(EU)의 미래가 1945년(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경고했다.
그는 유럽 각국이 반목하는 근본 원인을 유로화라는 단일통화에서 찾았다.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EU가 경제적 동맹으로서 성립된 이후 지난 10~15년간 유럽에서 일어난 일들을 돌아보면, EU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유로화 문제가 유럽을 쪼개놨고, 그리스인들과 독일인들을 반목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향후 난민 문제가 이 반목을 더욱 심하게 만들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통화동맹의 원심력만으로는 난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힘들다"며 "난민 문제는 '지푸라기 하나가 낙타 등뼈를 부러뜨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난민 문제가 이미 분열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유럽을 갈라놓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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