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가 경부고속도로 6.8km 구간을 지하화하는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이곳은 상습정체로 출 퇴근 때만 되면 끝간데 없이 막히던 곳이죠.
대도심, 즉 수 십km 지하에 구멍을 뚫어 도로를 만들겠다는 건데요. 경부고속도로 10차선 중 가운데 6차선 정도를 지하도로로 만들면 차량소통이 원활해진다는 주장입니다.
그 위에는 차가 다니지 않으니 당연히 넓은 부지가 생기겠죠. 이렇게 생기는 땅만 광화문 광장의 30배(17만평)라고 합니다. 여기에 공원도 만들고 경부고속도로로 동서가 단절된 강남지역을 연결하겠다는 겁니다.
교통도 편리해지고 공원도 생기고 좋네요. 2009년에도 서초구는 이와 콘셉트가 비슷한 '경부고속도로 덮개공원'을 추진했었죠.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덮개 공원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지하 터널 도로에선 불법 차선변경이 불가피했고 도로소음 민원이 빗발치는 타 지역과 형평성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죠.
서초구는 과거 사례를 의식한 듯 이번엔 여러 대책을 내놨습니다. 먼저 비용. 예상되는 공사비는 총 1조~1조5000억원. 롯데칠성부지 등의 공공기여금(기부채납)을 통해 3조원을 조달하겠답니다. 남은돈은 서울 전체 균형개발에 쓰겠다네요.
또 강남역 일대 침수를 막을 빗물배수저류터널을 동시에 시공하고, 땅을 파는 게 아니라 지하를 계속 뚫어 나가는 굴착식 공사로 교통 혼잡과 민원 발생을 최소화한다고 합니다.
서울시는 좀더 두고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과거 안전, 비용 등의 이유로 반려됐던 사례가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겠다는 것이겠죠. 앞으론 꽉 막힌 차들 대신 수풀이 우거진 공원을 볼 수 있을까요.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이진경 디자이너 leejee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