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베이션 작업 비용 1000억 어쩌나…한숨 나오는 SK
무리한 전략 '毒'으로 작용...선제적 투자로 경영 타격 심각할 듯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SK그룹이 23년만에 면세점 사업을 완전히 접게 되는 최악의 결과를 맞았다.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가 14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에 위치한 관세국경 관리연수원에서 특허 심사를 진행한 결과, 서울 3곳 시내면세점을 운영할 사업자로 롯데와 신세계, 두산이 선정되고, SK가 탈락했다. 부산 지역 면세점 1곳은 신세계가 따냈다.
SK네트웍스는 오는 16일 사업권이 만료되는 워커힐 면세점 수성에 나서는 한편, 동대문 케레스타를 입지로 추가 면세점 획득에 도전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특히 워커힐 면세점의 경우 사업권을 잃으면 당장 문을 닫거나, 아예 면세사업에서 손을 떼에 하는 만큼 사활을 걸었지만 끝내 고개를 떨궜다.
이번 실패로 SK네트웍스는 경영에 만만치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SK네트웍스가 지난해부터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워커힐 면세점의 면적을 지금의 2.5배 규모로 키우는 리노베이션 작업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는 리노베이션을 통해 현재 4805㎡인 워커힐 면세점을 1만2384㎡로 확장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롯데월드타워점(1만990㎡)보다 크고 롯데 소공점(1만3355㎡)에 육박하는 규모였다.
지금까지 겪었던 규모의 열세를 단번에 극복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선제적 투자가 되레 독이 된 꼴이다.
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의 과욕이 워커힐 면세점까지 빼앗기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게 됐다"며 "선투자가 모두 물거품돼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업계 안팎에서는 SK네트웍스의 수성 실패 요인을 무리한 투자 외에도 워커힐 면세점의 초라한 실적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네트웍스는 23년간의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했지만 사업 규모를 크게 키우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은 약 2700억원으로 중소중견 면세점인 동화면세점(약 2900억원)의 매출 규모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변 30여 년간 면세점을 운영한 롯데의 경우 소공점 2조원, 월드타워점 6000억원 규모로 글로벌 3위 업체까지 덩치가 커졌다.
한편 SK네트웍스가 사업권을 잃으면서 상생 공약도 물거품되게 됐다. SK네트웍스는 면세점 사업권 획득을 위해 2400억원을 최우선 과제인 '지역 및 중소상생'을 위해 사회 환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단 워커힐과 동대문 면세점을 유치할 경우라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공수표로 돌아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의 전략이었던 이스트 서울·이스트 코리아에 대한 뒷말도 많았다"며 "이스트 서울·이스트 코리아는 서울, 경기도, 강원도까지 관광벨트를 만들어 한국관광의 질적 성장에 기여해 나간다는 구상이었지만 면세점 사업특허 기간동안 관련 인프라를 갖추는 것 조차 쉽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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