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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세월호 외면한 국민안전처 1주년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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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세월호 외면한 국민안전처 1주년 토론회 지난해 11월19일 열린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 출범식.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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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12일은 수능 시험날이었다. 이날 전국에서는 60여만명의 고3학생들이 가슴 졸이는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을 봤다. 수능 수험생들이 교실에 1교시 국어 과목 문제를 다 풀 무렵인 오전 10시, 필자도 마치 수능을 보는 것 마냥 긴장한 채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출입처인 국민안전처 출범 1주년 정책토론회에 패널로 참가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 및 토론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춘기 이래로 생긴 울렁증 때문에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 긴장하기 일쑤여서 이날도 여러번 버벅댔다. 하던 말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얼렁 뚱땅 넘어간 것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좀더 논리 정연하게, 짧고 간단하게,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크다. 준비 부족으로 좀더 긴장했던 탓이다. 사실 기자라는 직업은 남들에게 프리젠테이션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본인이 하는 경우는 드물, 아니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날 토론회에서 필자가 버벅대고 다소 횡설수설했던 것 보다 더 아쉬웠던 것이 있다. 주최 측인 안전처가 이날 토론회에서 '세월호'를 철저히 배제했다는 점이다. 토론자로서 발표를 준비하면서 받아든 안전처 발제문과 다른 토론자의 토론문을 보면서 설마 설마했는데, 실제 발표와 토론에서도 '세월호'는 철저히 배제됐다.

안전처는 이날 '1년 발자취와 향후 과제'라는 제목의 14페이지의 자료를 약 8분간 발표했는데, 이 자료와 발표자의 멘트 어느 곳에서도 '세월호'는 빠져 있었다. 2013년 3월부터 약 2년 7개월 넘는 기간을 출입하면서 안전처의 태생을 처음부터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안전처가 도대체 어떻게 출범한 부서인데, 세월호를 무시하는가? 안전처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알다시피 세월호와는 땔레야 땔 수 없는 부처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후 우리 사회의 안전 취약ㆍ부조리 등의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고 국민들이 극도의 불안과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이 그해 '세월호 참사'를 반성하며 재난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한 안전 행정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며 출범시킨게 안전처다. 국민들은 안전처를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넋으로 만들어진 부처로 여긴다. 더군다나 세월호 사고를 초기에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인명 사고를 낸 당사자, '해경'이 바로 현재 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가 아닌가.


그러나 안전처는 토론회 내내 세월호를 외면했다. 사회자의 주도로 이뤄진 국민 의례에선 '순국 선열과 재난 희생자'에 대한 묵념만 이뤄졌다. 발표 자료에서 '출범 배경'을 언급하긴 했지만 세월호를 뺀 채 '각종 재난과 사고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염원하는 국민적 기대와 여망을 안고 출범했다'고만 기술했다. "안전처 출범으로 적극적ㆍ선제적ㆍ능동적인 재난안전관리 추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등 자화자찬을 늘어놓았을 뿐이다. 발표 외에도 인삿말만 하고 자리를 뜬 박인용 장관 등 어느 관계자의 입에서도 '세월호'라는 말은 들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었다. 안전 관련 시민단체ㆍ학계 전문가, 일반 시민들이라는 플로어 질문자 등도 약속이나 한 듯이 '세월호'의 '세'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시민단체 관계자도 발표 자료 첫 장에 '세월호'를 적어 놓긴 했지만, 정작 발표에선 "이건 다 아시니까 넘어갑시다"며 생략했다.


이러한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가슴 한 쪽이 답답했다. 멀쩡히 살아 있었다면 이날 수능수험생이 되어 시험을 봤을 250명의 단원고 학생들이 떠올랐다. 차가운 광화문 광장 농성장에서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수능이 치러지는 한국 사회를 지켜보고 있는 희생 학생 유가족, 생존 학생들이 계속 생각났다.


그래서 발표 시작부터 더듬거리며 세월호 사건을 떠올려 '초심'을 간직하라고 당부했다. 마무리에서도 세월소 유가족들이 제안한 안전 개선 과제 실현에 협조해달라는 얘기를 했다.


사실, 이 글은 시간이 거꾸로 흘러 이틀전 발표 자리로 되돌아갔다면 안전처 직원들과 박인용 장관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를 전하고자 쓰고 있다. 다음과 같다.


"다른 부처라면 몰라도 안전처는 세월호를 외면하면 안 됩니다. 그것은 마치 부모를 부인하는 철없는 자식과 같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출범 1주년인 오는 19일이 되기 전에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 생존자들을 만나십시오. 그리고 다시 한 번 깊은 반성과 위로, 그런 참사가 다시는 없도록 국민안전 향상을 위해 일로매진하겠다는 각오를 전달하시길 바랍니다."


*추신 : 얼마전 세월호 특조위의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정부 내에서 세월호라면 아예 고개를 돌려 버린다. 하위직과는 얘기가 통해도 최고위층 눈치를 봐야 하는 중간직 이상부터는 잘 만나주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아마도 '최고위층'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 트라우마'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박 대통령은 '눈물'까지 보였던 사건 초기와 달리 지난해 5월 이후엔 세월호 유가족들이 야당·시민단체와 함께 합세해 자신을 비난하자 배신당했다는 기분에 휩싸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그후 아예 유가족들을 외면하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정신의학자들이 말하는 트라우마 극복법을 권한다. 당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사실을 외면하지 말고 마주 대하라. 그리고 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소통하자.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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