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2일 치러졌습니다. 이제 관심은 올해 난이도에 집중돼 있습니다. 매년 출제한 이들이 의도한 난이도와 실제 수험생들이 체감한 난이도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수능은 워낙 쉬워 '물수능'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역대 가장 어려웠던 수능은 언제였을까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살았던 시대가 난세였다고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수능도 아마 자신이 봤던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우리 때는 말이지, 수능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너무 쉬워 허무했다는 말보다는 뭔가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객관적인 분석도 했나봅니다. 얼마 전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과 성균관대 입학사정관 교육연구센터가 개최한 한 세미나에서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22년간의 수능 난이도를 분석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1993년 치러진 첫 수능, 그러니까 1994학년도 수능은 난이도 10점 기준으로 6.1점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지난해까지의 추이를 분석하니 가장 어려웠던 때는 6.5를 기록한 1995학년도와 1996학년도였다고 합니다. '물수능'이 아닌 "앗! 뜨거워" 할만한 '불수능'을 보고 대학을 간 이들은 95학번이 되는 1976년생들과 96학번인 1977년생들이라는 얘깁니다.
1994년 11월 일간지 기사를 찾아보니 시험 직후 200점 만점에서 170점 이상이 서울대 상위 학과에 입학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1996학년도에도 수능은 어려웠습니다. 특히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이 까다로웠다고 합니다.
1997학년도가 '최악의 수능이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만점이 400점으로 바뀌었는데 서울대 상위 학과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312점 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400점 만점에 290점 밖에 받지 못해 좌절했는데 서울대에 입학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물수능'인 지난해 이전에 가장 쉬웠던 해는 1999년도에 치러진 2000학년도 수능이었다고 합니다. 이 때 난이도가 3.2라고 하니 가장 어려웠을 때의 절반으로 난이도가 떨어진 겁니다. 실제로 전년과 비교하면 성적이 평균 9.3점 올랐습니다. 너무 쉬워서 중·상위권 학생들의 입시혼란이 우려되기도 했습니다. 수능 외의 다른 전형 요소가 합격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돼 논술학원 등이 이른바 '대박'이 난 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역대 가장 쉬웠던 수능은 바로 지난해 치러진 2015학년도 수능입니다. 난이도 수치는 0.8이었다고 하니 가장 어려웠던 1995, 1996학년도에 비해 8배 정도 쉬워진 셈입니다. 수리B 영역에서 실수로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쉬운 수능 기조가 유지됐다고 합니다. 수능이 쉽다고 해서 대학가기가 쉬운 것은 아닐 것입니다. 쉬운 수능을 치렀다고 인생의 난이도가 쉬운 것 또한 아닙니다. 누군가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겠지만 누군가는 결국 고배를 마셔야 합니다. 오늘 수능이 수험생들이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얻을 수 있는 난이도였기를 기대해봅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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