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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수주 수익성 평가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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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실공사 솎아낼 기구 설치한다는데…건설업계에선 금융지원 축소 우려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해외 건설 수주 확대 전략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가 부실ㆍ저가 해외 건설공사 수주를 사전에 막기 위한 수익성 평가 기구 설치에 나섰는데 이로 인해 건설기업의 수주 영업 전선이 평가 기구로 확대되는 것은 물론 수주 여부 판단 과정에서 신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5억달러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가 주요 평가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해외 건설공사 프로젝트에 대한 수익성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나서자 해외 공략이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부문에서 적자가 많이 나는 등 적절한 시점에 정부가 경고음을 울린 것은 이해된다"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그동안 재무구조 위주로 평가받다가 기술적인 사업성까지 평가를 받게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설업계에서 앞서 수주한 저가 공사는 이미 거의 완료되는 시점"이라며 "뒤늦은 제도 강화로 미래 일감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도 "건설사들이 뼈아픈 경험을 한 뒤에 지난해부터는 수익성 위주의 수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해 만시지탄 정책에 대한 우려감을 표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최근 조선업계에서 이 같은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건설 부문에도 수익성 평가를 강화하려고 한 것 같은데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해외 건설ㆍ조선업 부실 방지를 위한 관계 기관 간담회'에서 수익성 평가 기구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들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 시 전문기관의 수익성 평가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 기관의 파견 인력을 통해 사업 기획과 정책금융 자문 및 주선을 수행 중인 '정책금융지원센터' 안에 국내 기업이 수주한 해외 건설ㆍ플랜트 사업의 수익성 평가를 전담할 '사업평가팀(가칭)'을 신설한다. 또 기관별 수익성 악화 방지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개선방안을 추진 및 점검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수익성 분석 의무 대상을 5억달러(약 5799억원)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로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 수주 영업이 진행되는 프로젝트 상당수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우리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703건 중 계약금액이 5억달러 이상인 공사는 12건(1.7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82억6500만달러(약 21조1000억원)로 62.5%에 달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익성 있는 사업은 정부가 확실하게 지원하고 해당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에는 금융 지원을 축소시키겠다는 것이지 전체 해외 수주에 대한 금융 지원을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대규모 프로젝트 여부를 구분하는 기준은 정책금융기관들이 최종적으로 정하는데 이미 실무진급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급적 빨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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