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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가는 삼성 화학사, 같은 길 다른 행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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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케미칼 부문, 비대위 출범…매각 반대 성명서
정밀화학, 환영 성명서 밝히기까지 108시간 치열한 난상토론
당혹감·상실감 있었지만 "그래, 한번 가보자!" 한마음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삼성 화학3사가 롯데그룹으로의 매각을 놓고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앞서 삼성정밀화학은 3일 롯데그룹으로의 매각 '환영 성명서'를 발표하며 "롯데케미칼에 대한 적극 지지"를 표명했지만, 삼성SDI케미칼 부문이 사업장 직원들은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의왕 및 여수사업장 직원들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롯데그룹으로의 '매각반대' 의사를 밝혔다. 비대위 측은 롯데그룹으로의 일방적인 매각 결정에 반대하며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 비대위를 발족시켰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사원협의회 위원 7명을 비롯해 모두 16명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화학사업 매각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성명에서 "삼성SDI 케미칼을 비롯한 화학계열 3개사가 롯데그룹으로 매각 합의됐다는 소식이 미디어를 통해 발표됐지만 이후 한 마디 직접적인 설명이나 해명이 없는 상황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SDI 케미칼 임직원은 매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삼성SDI관계자는 "아직 협상 일정과 폭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나온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사측에 대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이 만들어진 것으로, 향후 위로금 문제 등에 대해서는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가는 삼성 화학사, 같은 길 다른 행보(종합) ▲지난 3일 성인희 삼성정밀화학 사장(사진 왼쪽 두번째)와 이동훈 노조위원장(사진 왼쪽 첫번째)이 삼성-롯데 빅딜과 관련해 노사공동성명서를 발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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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화학 '성명書' 있기까지…치열한 108시간
이와 달리 삼성정밀화학은 성인희 삼성정밀화학 사장과 이동훈 노조위원장이 합심해 '투쟁' 대신 '화합'을 이끌어내는 데에 성공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서 정밀화학 측은 노사간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5일 수원사업장에서 나와 갓 짐을 푼 서울 삼성동 글라스타워 26층. 성 사장과 이 위원장, 이창건 인사담당 이사, 노조 사무국장 등 4명은 빅딜이 발표된 29일 오후 3시에 한 자리에 모였다. 급작스러운 발표에 다들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올 초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 등의 화학사들이 한화그룹으로 넘어갈 때부터 불안했다. 지난달 수원사업장에서 짐을 뺄 때 이미 매각은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빨리, 신속하게 이뤄진 빅딜에 직원들의 당혹감과 상실감은 컸다. 이에 이들 4인방이 가장 고심한 부분은 '동료'였다. 이미 한 차례 200여명에 달하는 동료를 '내 손'으로 내보내야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빅딜은 발표됐지만 회사 내부는 여전히 뒤숭숭했다. 빅딜 이후인 주말 내내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밤 9시에 노조대의원 50여명이 모여 자정까지 의견을 나눴고, 이어 간부들이 참석해 새벽 1시30분까지 질긴 토론을 이어갔다. 고성이 오갔다. 간혹 '투쟁'을 논하는 이도 있었고 반대발언 수위를 높이자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앞서 한화 빅딜을 보며, 실익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라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파업' 대신 '화합'을 택했다. 노조는 5가지를 요구했다. ▲신동빈 회장의 회사 방문 ▲명확한 고용ㆍ처우 보장 ▲적극적인 투자 확대ㆍ지원 ▲창조적 파트너십에 대한 지지ㆍ지원 ▲소통과 상생의 실천 강화 등이다. 이러한 성명서를 만들기까지 문구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보며 2일 새벽까지 장장 8시간동안 검토를 거듭했다.


삼성정밀화학 노조는 결성된 지 43년 된 삼성 계열사 중 몇 안되는 노조다. 여느 노조처럼 회사와 반목과 대립을 수없이 겪었지만 2011년 성 사장이 취임하면서 달라졌다. '창조적파트너십'이라는 새로운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노조와 회사가 '대립'이 아닌 '상생'하는 관계로 발전시킨 것.


다른 사업장에서 불가능하다고 하는 일들을 가능하게 한 것은 노사간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창건 이사는 "진정성이 통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성 사장과 이 위원장은 한 몸"이라며 "회사의 모든 대외행사에 동행한다"고 말했다. 해외출장을 갈 때나 바이어를 만날 때, 신규인재를 채용할 때에도 노와 사가 함께 했다. 그는 이를 신뢰가 '뭉쳐져 있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이번 빅딜 건에서 노사가 한마음으로 성명서를 발표한 것도 이같은 배경이 밑바탕 되어 있기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는 "당시 당혹감과 상실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직원들 모두 한 마음으로 "그래, 한번 가보자"라는 믿음이 형성된 상태"라며 "새로운 곳에서 더 큰 성장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모두가 의기투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밖 노조의 평가…"새로운 교섭문화 지평 열었다"
한편 정재계는 물론 여론까지도 삼성정밀화학 노조의 이번 결단을 두고 "세련된 노사문화"라고 추어올리고 있다. 한국노총울산본부는 삼성정밀화학의 노사공동 성명서 발표를 계기로 국내 타사업장의 노사관계에 새로운 교섭문화를 제시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노총울산본부 노조 관계자는 "삼성정밀화학 노조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인수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유지를 최우선하는 새로운 교섭문화와 전략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정밀화학의 노사성명서 발표는 개별 사업장 노사가 결정한 문제이기 때문에 한노총 본사에서 따로 반응을 보일 문제는 아니다"라며 "내부적으로 찬반 의견이 있었겠지만 '투쟁'보다는 전략적으로 인수를 환영하고 대신 구조조정은 하지 말자는 식의 역제안을 한 것은 존중할만하다"고 말했다.


지역 여론도 호의적이다. 울산지역에서는 한화로 넘어간 삼성종합화학과 비교하며 삼성정밀화학 노조가 더 현명하게 대처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노총울산본부는 빅딜 이후까지 관심있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노총 울산본부 측은 "만일 롯데로 인수된 이후 약속한 것과 달리 기존의 노동조건들이 그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문제"라며 "그땐 연대해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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