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엔화 약세를 기회로 삼아 기지개를 펴려던 일본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 찬물을 끼얹었다.
SMBC니코증권은 9일(현지시간) 일본 주요 상장사들의 3분기(7~9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3.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순이익이 감소한 것은 2014년 2분기 이후 1년여만에 처음이다. 당시 소비세율 인상으로 일본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꺼리자 기업들의 순익은 전년 동기대비 7% 줄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수 경기가 나빴던 2014년 2분기와는 달리 올해 3분기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은 중국 경제성장 둔화 같은 외부적 요인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업종별 3분기 순익 증감률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소매업종 3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대비 101.9%나 늘었고 항공, 운수장비, 전자업종도 각각 18.5%, 13.0%, 2.1% 증가했다. 반면 중국 경제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비철금속과 철광석 및 철강 업종은 순익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39.1%, 46.1% 감소했다.
특히 일본 3대 철강사들의 실적 악화가 뚜렷하다. 고베제강은 지난 9월 2015회계연도 실적 전망치를 절반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데 이어 이달 추가로 20% 더 낮췄다.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이 합병한 신일철주금 역시 연간 순익 전망치를 31%나 낮춰 제시했다. JFE홀딩스도 순익 전망치를 50% 하향 조정했다.
일본 중장비업체 고마츠의 경우도 지난 6개월 동안 대(對) 중국 판매량이 절반 가량 줄어 순이익이 16.5% 감소하는 타격을 입었다.
미쓰비시 UFJ모건스탠리증권의 와타나베 아츠시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제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들의 실적 부진이 뚜렷했다"면서 "일본 3대 철강사들의 경우 중국산 철강 초과공급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금리인상 결정을 앞두고 최근 외환시장에서 달러 강세ㆍ엔화 약세가 가속화되면서 도요타 같은 수출 기업들이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역시 중국 경제성장 둔화로 제대로 된 수혜를 누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요타는 최근 불확실한 신흥국 경제 상황을 감안해 2015 회계연도 글로벌 판매대수를 기존 예상치 1015만대 보다 15만대 적은 1000만대로 수정했다. 오타케 데쓰야(大竹哲也) 도요타 상무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의 자동차 수요 부진을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일본 기업들은 실적 악화를 주주환원을 축소하는 쪽으로 연결하고 있다. 일본 대형 상사인 미쓰비시는 2015 회계연도 순익 전망치를 기존 3600억엔에서 3000억엔으로 하향 조정한 후 주주배당액도 56엔에서 50엔으로 낮췄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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