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여건 좋다고 판단…600억원 시설자금 용도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해오던 오뚜기가 9년여 만에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최근 회사채 발행 여건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해 오랜만에 회사채 시장을 찾은 것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6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신용등급은 'AA0(안정적)'이다.
오뚜기는 2006년 7월 200억원어치 이후 회사채를 발행한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오뚜기는 재무구조가 탄탄해 굳이 회사채를 발행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오뚜기는 올 상반기 기준 차입금보다 현금성자산이 1523억원 더 많다. 차입금을 현금으로 다 갚아도 돈이 남는 것이다. 다만 현금성자산의 상당 부분이 정기예금 및 단기투자자산으로 이뤄져 있어 현금화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오뚜기의 부채비율은 58.5%로 100% 미만이다. 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차입금의존도도 10.1%로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뚜기가 근 10년 만에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최근 회사채 발행 여건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A0 등급 회사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산정한 금리 평균치)는 지난 9월 1.9% 후반대에서 지난달부터 소폭 올라 2.0%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 연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내 채권금리도 같이 오를 가능성이 커 그전에 유리한 조건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달한 자금은 시설자금 용도로 은행에서 대출 받은 차입금 상환에 쓰일 전망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이번 회사채는 시설자금 용도로 발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뚜기는 최근 라면 부문의 성장과 건조식품 및 소스 부문에서 우수한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라면을 중심으로 한 면제품 매출이 외형성장을 이끌고 있다. 오뚜기의 라면 시장점유율은 2012년 초 10% 초반에서 꾸준히 올라 지난해 말 20% 수준으로 농심에 이어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승구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오뚜기는 올 6월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이 1402억원인 반면 보유 현금성자산은 2926억원에 이르고 있어 실질적으로 무차입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보수적인 경영 방침 및 실적 전망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풍부한 현금유동성과 담보제공 여력에 기반한 우수한 재무융통성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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