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내림굿을 받지 않으면 가정에 우환이 뒤따를 것이라고 겁을 줘 굿을 하고 이를 빌미로 금원을 편취한 무속인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속행위를 가장해 요청자를 적극 기망한 경우엔 사기조가 성립하지만 이 무속인의 경우 피해자를 적극 기망함으로써 금원을 편취했다고 보기 어렵고 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지법 제4형사부(조영범 재판장)는 사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씨(무속인)의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 무죄를 유지한다고 1일 밝혔다.
앞서 검사는 1심의 무죄 판단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항소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2년 속리산 공터에서 굿을 하면서 “내림굿을 하지 않으면 남편과 시어머니는 죽고 딸은 무당이 될 것”이라고 피해자를 겁박, 내림굿을 받겠다는 승낙을 받은 후 92회에 걸쳐 총 9674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2004년 남편의 알콜 중독과 가정폭력 문제로 고민하던 중 지인을 통해 A씨를 소개받아 8년여 간 친분을 쌓아왔다.
또 같은 기간 A씨는 피해자의 부탁으로 수차례 적금을 들거나 계금을 붓는 등 양자 간 친분을 형성해 온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1심 재판부는 “피고인(A씨)과 피해자는 단순히 무속인 대 고객의 차원을 넘어 상당한 친분을 형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또 피고인은 이러한 친분관계에 있는 피해자의 요청으로 굿을 하기 시작했고 비용을 받은 후 굿을 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가정 내 힘든 상황(남편)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고자 무속의 힘에 의지하려 했거나 피고인과의 친분관계 형성에 따라 의례상 인사 등으로 굿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 재판부는 “피고인이 별다른 기망행위를 하지 않고 무속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라며 “더욱이 피해자가 내림굿을 받지 않을 때 미치는 해악(가족의 우환)을 피해자에게 고지, 강제적(기망)으로 내림굿을 받게 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무죄를 판결했다.
하지만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피해자의 궁박한 상태(남편의 알코올 중독 등)를 이용해 굿을 하게 하는 등 통상적 종교행위를 넘어선 무속행위로 피해자를 기망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게 항소의 요지다.
이와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는 “(무속은) 그 시행자가 객관적으로 특정한 목적 달성을 위한 무속행위를 하고 주관적으로 그 목적달성을 위한 의사”라며 “이를 계기로 굿을 한 이상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기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을 인용했다.
이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비춰 살펴볼 때 원심의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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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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