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상 의무 없어 분식된 공시 제재 어려워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대우건설이 '3896억원에 달하는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금융당국의 회계감리 결정에도 허위로 작성된 사업보고서를 수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법상 공시 의무가 없어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의 대우건설에 대한 회계감리 최종 결정에 따라 과징금(회사 20억원, 대표이사 1200만원) 부과, 감사인 2년지정과 함께 기존 재무제표를 수정하라는 시정요구를 지난 19일 사측에 통지했다.
금감원은 대우건설에 대해 과소 계상한 3896억원의 손실액(대손충당금)을 2012년과 2013년 재무제표 상에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수정된 재무제표를 투자자들에게 공시해야 할 의무는 없어 '있으나 마나'한 조치라는 점이다.
대우건설이 자발적으로 해당 내용을 사업보고서(재무제표)에 밝히지 않는 이상 '분식'된 공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회계부정 사실이 드러난 해당 연도의 재무제표를 수정하고, 이행내용을 다음달 19일까지 보고하기로 돼 있다"면서 "다만, 해당 기업이 자발적으로 사실을 공시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분식회계 혐의로 당국의 제재를 받은 기업들 가운데 이를 사업보고서 상에 적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실은 묵인하고 슬그머니 숫자만 바로잡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한전선은 2011년과 2012년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4416억원을 과소계상하고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을 과대계상해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이를 사업보고서에 명시하지 않았다.
LS네트웍스도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옵션계약과 관련한 투자금액 1조2596억원을 과소계상한 혐의로 과징금 6억원을 부과받았지만, 제재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이미 증권가에서도 지난달 금융위 최종 결정을 끝으로 회계 스캔들을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증선위 결정이 나온 직후 증권가에서는 '부정적 회계이슈 마무리(SK증권)', '주가에 긍정적(삼성증권)', '불확실성 해소 긍정적(LIG투자증권)'으로 분석한 보고서들을 쏟아냈다.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분식을 저지른 기업이 자발적으로 공시를 하지 않는 이상, 금융위 최종 결정 이후 해당 이슈에 대한 공론화는 사실상 끝이 난다"며 "투자자들이 올바른 회계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외감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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