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 등 올들어 재고자산 3조 증가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 수출주들의 재고자산이 올 들어 크게 늘어나 6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불황에 따른 판매 부진이 심화된 탓이다.
23일 아시아경제가 시가총액 상위 10대 수출기업의 올 상반기 재고자산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61조원에서 2.8% 증가한 64조원으로 늘었다.
재고 증가는 수출 주도주인 '전차(電車)'로 불리는 전기전자ㆍ자동차 업종에서 단연 두드러졌다. 현대차의 재고자산은 지난 6월 말 연결기준 9조5644억원으로 지난해 말 7조4172억원 대비 29% 이상 증가했다.
2011년 말 5조원대에서 6조원대로 9% 급증한 뒤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던 재고 규모는 올 들어 9조원대 중반으로 올라서 10조원대를 바라보게 됐다. 기아차 창고에 쌓인 재고자산도 지난해 말 6조805억원에서 7조5093억원으로 23% 늘어났다.
전날 현대차는 '영업이익 1조5039억원, 영업이익률 6%'라는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모두 5년래 최저치다.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에다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재고물량이 최대치로 쌓였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대비 재고 수준이 높아진 상태는 맞지만 구형모델 재고 소진과 신형 투싼ㆍ아반떼 출시로 인해 4분기 이후 재고가 줄어들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3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호실적을 냈지만 재고자산은 불어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올 상반기에만 17% 급증했다. 2012년(1조5093억원) 정점을 찍고 감소했다가 다음해 부터 3년째 우상향 중이다.
올 상반기에는 805억원을 손실처리해 6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1조7508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증가는 주력 품목인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 맞물렸다. 3분기 실적 호조는 대부분 환율 효과에서 비롯된 만큼 향후 영업이익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6년 3D낸드 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으로 하반기 전사 기준 영업이익이 상반기 대비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추정했다. 유의형 동부증권 연구원은 "내년 2분기 까지는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기대감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17조3175억원에서 올 6월 말 19조3111억원으로 12% 증가했다. 증가분은 약 2조원으로 다른 수출기업들에 비해 월등히 많다. 환율 효과로 깜짝실적을 기록했지만 IM(IT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재고 물량이 쌓여 영업이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기업의 재고자산 증가는 투자활동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투자활동 현금유출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53%나 줄었다. 현대차의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은 올 상반기 4조22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10% 감소했다. 기아차도 2013년 3조5139억원, 2014년 2조9834억원, 올 상반기 2조4796억원으로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T부품, 조선 등 수주산업에 속한 수출기업들의 재고자산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2조7541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2조5787억원으로 6% 감소했고, 현대중공업은 5조8222억원에서 5조272억원으로 13% 감소했다. 포스코는 올 상반기 말 9조3438억원으로 지난해 말 10조4713억원 대비 11% 줄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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