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건설不實 눈가림 수단된 '미청구공사'

시계아이콘01분 46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주요 9개 건설사 자기자본 대비 미청구공사 비중 평균 61%…삼성엔지니어링 224%
업계 "원가 공개땐 사전정보 공개로 경쟁력 떨어져"
전문가 "회계 기준 명확히 할필요…투자자 알기 쉽게해야"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삼성물산과 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등 증시에 상장된 국내 주요 건설사 5곳이 재무제표 계정과목에서 '미청구공사' 항목을 연결재무상태표가 아닌 주석에 별도로 기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청구공사 항목은 3조원대 부실을 감췄다는 의혹이 제기된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시발점이 된 문제였다. 전문가들은 수주 업체들이 '부실 감추기'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명확한 회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청구공사란 '발주처로부터 아직 받지 못한 돈'을 의미한다. 건설ㆍ조선사 등은 수주금액에서 프로젝트 진행률에 따라 매출을 인식한다. 가령 1조원의 공사를 수주했는데 30%만 진행됐다면 3000억원만 회계상 매출로 인식한다. 그런데 발주처가 15%만 인정하겠다고 하는 등 갈등이 생기면 1500억원은 언제든 받을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매출채권으로 잡지만 나머지 15%는 미청구공사로 분류한다. 회계상으론 자산이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손실폭탄'인 셈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미청구공사는 금액이 중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연결재무상태표에 계정항목을 매출채권과 따로 분리해 표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이같은 방식보다 수십여페이지에 달하는 주석 중간에 별도로 기재하고 있다. 심지어 비상장사의 경우 반기보고서가 아닌 회사채 발행시 투자설명서 하단의 '투자유의사항'까지 뒤져야 미청구공사 액수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삼성물산 등 9개 주요 건설사들의 올해 상반기 전체 미청구공사 총액은 15조3637억원이다. 이들의 자기자본 총액은 31조4344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미청구공사 금액 비율은 61%다. 이 비율이 가장 높은 삼성엔지니어링은 224%에 달해 미청구공사 금액의 절반만 받지 못해도 완전자본잠식에 빠진다. 이어 현대건설(78.4%)과 GS건설(76%), 대우건설(58.2%) 순으로 비중이 컸다.


분식회계 의혹으로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실사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미청구공사 금액은 9조4148억원으로 자기자본(4조5648억원) 대비 206%였다. 대우조선해양은 약 3조원의 손실을 미청구공사 항목에 숨기고 있다가 2분기에 한번에 털어 투자자들에게 큰 손해를 끼쳤다. 해당 이슈가 발생한 이후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불과 보름만에 반토막이 났다.


금융당국은 현재 건설ㆍ조선 등 수주산업 회계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강화 테스크포스(TF)'를 꾸려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청구공사를 '발생 가능한 손실'로 인식해 대손충당금에 포함하는 것과, 공사원가 공개 여부 등 다양한 안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회계 기준마저 엄격해지면 국내 건설ㆍ조선사의 수주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건설업 수출 규모는 요즘 잘나가는 반도체나 자동차보다 훨씬 크다"며 "개별사업장의 원가가 공개되면 입찰시 사전정보 노출로 타 국가 업체 대비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국가 경쟁력도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 역시 "회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회계사들조차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는 점은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수주산업 자체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기업을 부정적으로만 몰아가는 것도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명확한 회계 기준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을 요구했다.


AD

A법인 한 회계사는 "우리나라 회계는 국제회계기준을 따르고 있는데 국제기준 자체가 느슨하다보니 국내 회계기준도 뒤죽박죽"이라며 "미청구공사는 어쨌든 받지 못한 돈이기 때문에 '미청구공사 미수금' 같은 용어로 바꾸는 등 투자자들이 더 파악하기 쉽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대준 디아이파트너스 대표(회계사)는 "미청구공사를 손실로 반영하거나 원가를 공개하는 등 회계방법을 바꾸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결국엔 산업이 어려워 생긴 문제기 때문에 이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