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공동취재단ㆍ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이산가족 고령화의 심각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민족의 비극'으로 헤어진 뒤 6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끝내 혈육과 재회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이산가족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자 선정 과정에서 신청자들은 찾는 가족이 사망한 경우 제사를 지낼 수 있게 해달라며 정확한 사망 날짜를 요청했고, 통일부는 북측으로부터 이를 받아 가족들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하늘의 별 따기'인 상봉 참가자 대상에 운 좋게 선정돼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난 상봉자들도 상봉의 벅찬 감격과 흥분, 고령 탓에 건강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20일 저녁 환영 만찬에서는 북측의 한 상봉자가 어지럼증으로 쓰러졌다. 이 상봉자는 잠시 누워 북측 의료진의 치료를 받은 뒤 깨어났다.
다행히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으며, 고혈압 등 지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품을 찾는 가족들도 많다. 남측 의료진에 따르면 가족들이 가장 많이 찾은 의료품은 소화제와 감기약, 설사약, 파스라고 한다. 특히 고령이어서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이 많다고 한다.
상봉을 위해 면회 장소인 금강산까지 구급차로 이동한 고령자도 있었다. 염진례(83) 할머니는 허리디스크 증세가 악화돼 휠체어와 구급차를 타고 이동해 북측 오빠를 만났다.
가족들이 상봉 후 염 할머니의 건강이 나빠질 것을 걱정하기도 했지만 할머니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김순탁(77) 할머니도 천식 증상이 악화해 산소마스크를 쓴 채 구급차를 타고 상봉 장소로 움직였다.
상봉 직전에 건강 악화 문제로 아예 상봉을 포기해야 했던 사례도 있었다.
이산가족 지원단체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에 따르면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약 13만 명에 육박하며, 이중 생존해있는 사람은 6만 7000 명가량이다. 신청자 중 절반 가까이 상봉을 기다리다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생존해있는 신청자도 80대가 40%, 90세 이상이 10% 이상에 각각 달해 80세 이상고령자의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매년 4천여 명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가 노환 등으로 타계해 16년 후에는 이들이 모두 세상을 떠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면적인 생사 확인과 상봉 정례화, 80세 이상 고령자 대상 특별 상봉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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