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이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구리 가격을 왜곡시키는 주범으로 지목 받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증시 폭락을 방어하기 위해 투기세력의 시장개입을 제한하자 중국 경제를 비관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구리 시장에서 하락장에 베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 폭락과 정부의 시장 방어가 본격적으로 펼쳐졌던 지난 7월 이후 현재까지 중국 주가지수선물 거래량은 하루 평균 6만5000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97%나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상하이 거래소에서 거래된 구리 선물은 거래량이 두 배로 늘어난 하루 평균 71만건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금융선물거래소(CFFE)가 지난달 2일 과도한 선물거래 투기를 막기 위해 지수선물 증거금 비율을 종전 투자금액의 30%에서 40%로 상향조정하자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해졌다. 하루 평균 100만건을 넘던 지수선물 거래량이 수 만건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구리 선물 거래량은 하루 평균 30만건이 안되던 것에서 130만건 수준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중국 정부가 증시 폭락을 인위적으로 제한한데 따른 일종의 '풍선효과'라고 지적한다. 풍선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것과 같은 논리라는 것이다.
런던 소재 콜롬비아트레드니들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도노라 펀드매니저는 "중국 정부가 주식시장에서 매도를 제한하자 구리 매도세가 급증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통해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거래가 자유로운 구리가 리스크를 해소하는 대용물로 자리 잡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리 거래가 수요와 공급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중국 경제를 비관하는 투기 세력의 하락장 베팅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시장 가격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리 가격은 지난 8월 말 6년래 최저점을 찍었다. 구리 선물 가격은 현재 파운드당 2.407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연 초 대비 가격이 15%나 하락했다.
한편 WSJ은 중국 구리 선물 시장의 거래량이 폭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런던과 상하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구리의 가격이 다른 것도 투기 세력들의 시세차익 실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런던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은 상하이 거래소 거래 가격 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많은 투기 세력들은 상하이에서 구리를 매입해 런던에서 파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거두고 있다. 중국 시간으로 밤 9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많은 중국 투자자들이 런던 거래소 구리 매도 주문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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