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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감자에 경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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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감자에 경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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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감자, 오늘도 감자, 내일도 감자다.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려면 삼시세끼를 감자로 버텨야 한다. 그것도 무려 550일을. 베어 먹거나 잘라 먹거나, 지겨우면 으깨 먹거나.


할리우드 명배우 맷 데이먼이 지구로부터 7800만㎞ 떨어진 화성에서 극적으로 생환하는 영화 '마션'은 '화성판 먹방'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2시간22분의 긴 러닝타임에서 인류의 위대한 도전과 용기를 경쾌하게 찬양했지만, 관객들은 뜬금없이 감자가 먹고 싶어지는 '감자 증후군'을 앓고 말았다.

일설에는 맷 데이먼이 평소 감자를 좋아해 감자가 주연급 조연으로 간택됐다는 데 믿거나 말거나. 합리적인 추론은 감자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강건한 식물이라는 사실이다. '화성 감자'. 이름부터 으리으리하지 않은가.


'못생겨서 죄송한' 감자는 남미 안데스산맥 고지대 잉카인들의 주식이었다가 1570년대 유럽으로 건너오면서 세계 각지로 퍼졌다. 재배 식물 중에서 생명력이 유독 강해 소금 바람 거센 해안가부터 히말라야 고산지대까지 어디서든 쑥쑥 자란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감자 덕분에 성공했다는 학설도 있다. 갑작스러운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문제를 감자가 해결해줬다는 근거에서다.

유럽에서는 '땅속의 사과'라고 하는데 마그네슘, 칼륨, 칼슘 등 영양소가 옹골차다. 저칼로리 건강식품이어서 똥배를 걱정하는 아가씨들에게는 다이어트 효과가 만점이요,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비타민C가 풍부해 직장 상사한테 깨졌을 때는 심리 안정 효과 또한 100점이다. "우리 식탁에서 쌀과 밀가루 음식 일부를 감자로 바꾼다면 건강과 장수는 확실히 보장된다." 노영민 의학박사의 감자 예찬론도 새겨들을 만하다.


그런 감자가 마션에서 우주 미아의 기적적인 생환에 기여했으니 과연 고개 숙여 경배할 일이다. 그러고 보니 또 다른 우주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옥수수가 등장하지 않았나. 마션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소금 간이 적당히 배도록 한 솥 가득 감자를 삶으며 궁리한다. '옥수수, 감자, 그럼 다음은?' 이윽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의 짭조름한 맛을 음미하며 헤아린다. '미국은 사고의 지평이 우주를 향하는구나. 중국도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올랐구나'.


캑캑, 갑자기 목이 멘다. 감자 때문이 아니다. 남들은 우주로, 미래로 향하는데 우리는 뭐 하나 싶어서다. 같은 감자를 먹는 우리는 어째서 '70년대 회귀'를 시도하는가 서러워서다. 새마을운동이니, 국정 교과서니 하는 기괴한 말들이 대한민국을 '새벽종이 울렸네' 시절로 후퇴시키는 게 안타깝고 답답해서 캑캑거리는 거다. 이게 다 저놈의 '화성 감자' 때문이다.






이정일 금융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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