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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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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단풍 류정민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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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고 있나요. 이 질문에 '예'라고 대답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세상의 삭막함 때문인지 마음을 다친 이들이 너무 많다. 개인적인 일로, 사회적인 일로 걱정한다. 그들의 상처받은 영혼은 위로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마음을 터놓고 말할 대상이 줄어든 탓이다.


친구도 가족도 어떤 벽이 놓여있다. 때로는 약해 보일까 봐, 걱정을 끼칠까 봐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도 마음을 온전히 전하지 않는다. 그렇게 마음의 병이 악화하고, 우울한 일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쓸쓸한 마음을 채워줄 그 무엇이 필요하다.

집에 있는 책장을 둘러보자. 과거 즐겨 읽던(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면 더 좋다) 책에 눈길을 돌려보자. 시간을 거슬러 가보자. 1년 전, 2년 전, 5년 전, 10년 전으로 가보는 것이다. 그때 어떤 책을 읽었는지 무엇에 심취해 있었는지 생각해보자.


잘 생각이 나지 않아도 괜찮다. 책장 어느 한구석에 놓여 있는 오래전 책을 찾아도 된다. 교과서도 좋고 시집이나 소설책도 좋다. 앞장부터 시작해 찬찬히 책을 넘겨보자. 그동안 잊고 지냈던 오래된 친구와 조우(遭遇)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그 순간이 시간 여행의 시작이다. 우리에게 마음의 위안을 안겨줄 감성 회복의 시간 말이다.

이제 책 속에 놓여 있는 주인공을 만날 때다. 노랗게 물들어 있는 은행나무 잎,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잎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언제 단풍잎을 말려 그 자리에 놓았는지는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렴 어떤가.


분명한 것은 곱게 물든 단풍잎이 그 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어느 해 가을이 무르익을 무렵 그 친구들을 만났고, 조심스럽게 그들을 책 속에 모셔둔 결과 오늘의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았겠나. 추억이 신비의 명약인 이유는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할 '감성'을 샘솟게 한다는 점이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잠시라도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마음을 위로해주는 치료제 아닐까.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 단풍이 산을 물들이고 있다. 9월 말 시작된 올해 단풍도 이제 절정의 시간으로 향하고 있다. 설악산은 10월18일, 지리산은 10월20일, 북한산은 10월27일, 내장산은 11월6일이 단풍의 절정이라고 한다.


모처럼 집을 벗어나 맑은 공기 가득한 그곳을 향해보자. 그리고 그 절정의 시간에 몸을 맡겨보자. 예쁜 단풍잎이 눈에 띈다면 조심스럽게 주워 책 속에 넣어 두자. 10년, 15년 후 상처받은 영혼의 위로가 필요할 때 다시 그 책을 꺼낼 수 있도록….






류정민 사회부 차장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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