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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반공부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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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반공부장'의 추억 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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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때, 나는 '반공 부장'이었다. 물론 타의에 의해서다. 반장, 부반장, 총무부장, 학습부장 등으로 내려오다 어중간한 위치에서 덜컥 걸렸다.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매주 열렸던 학급회의다. 각 부장들은 '주생활목표'를 발표해야 한다. 다른 부장들이 참 부러웠다. 학습부장이라면 이번 주엔 '예습을 습관화하자', 다음 주엔 '복습을 철저히'. 학습과 관련된 금언들을 하나씩 내놓으면 그만이다. 생활부장은 거칠 게 없다. 침 뱉지 않기, 낙서하지 않기, 욕하지 않기…. 아이템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반공 부장으로서는 막막하기만 했고 고역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실 '반공'이 뭔지도 모르는 부장이었을 것이다. 그저 '반공=애국'으로 이해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애국가를 4절까지 외우자고 했다가 국민교육헌장 암기를 목표로 내세워 친구들의 엄청난 저항 혹은 비난에 시달렸다. 반공도서 읽기를 생활화하자고 했으며 '간첩 신고 철저' 같은 어림없는 얘기도 했던 것 같다. 어쨌든 그 한 해 동안 나는 반공 생활 목표 쥐어짜 내기에 골몰해야 했다.


그런 시절이었다. 이제 겨우 열 살짜리 아이가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부장이 돼서 적개심에 불타야 했던. 새삼 그 시절이 다시 떠오른 것은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인해 상기되는 옛 교과서 때문이다.

"제5공화국은 정의로운 사회의 구현과 민주 복지 국가로의 발전을 지향하고, 민족의 분단을 종식시키며, 조국의 평화적인 통일을 이룩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다."


반공 부장이 되기 두 해 전인 1982년에 나온 국정 국사교과서의 내용이다. 뻔뻔하기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1979년에 나온 교과서에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처하고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달성할 정치, 사회 풍토를 조성하고자 헌법을 개정하고 10월 유신을 단행하였다. 이로부터 사회적 비능률적, 비생산적 요소를 불식하고 전근대적 생활 의식과 사대사상을 제거하여 한국 민주주의의 정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기술돼 있다.


이제는 백과사전에도 '장기집권을 위한 독재 체제 구축'으로 10월 유신을 설명하고 있다. 국정화 시절에는 그야말로 집권 세력의 입맛대로 현대사를 그렸던 것이다.


최근 대중문화 전반적으로 복고의 흐름이 도도하다. 그 시절의 진정성과 눅진한 감정들이, 지금은 잃어버린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채워주는 듯해서 아닐까. 하지만 국정 역사교과서는 다시 돌아보기 싫은 부끄러운 기억일 따름이다. 복고의 대상이 아니다. 물론 과거 독재정권처럼이야 하겠나 싶지만, 역사를 집권 세력의 눈으로 재단한다는 본질은 동일하다. 반공 부장만큼이나 가당찮다.






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he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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