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올 연말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범정부 협의체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조선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바람 앞 촛불' 신세가 된 조선업체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 조선업종에 대형·중소 조선소 전체를 아우르는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구조개편이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가 최근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범정부 협의체를 가동, 경영 상황이 악화되거나 잠재적 부실이 우려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조선업계에선 기업 구조조정 협의체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대우조선해양, 성동조선 등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조선업종이 첫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부실을 감추고 채권은행들의 수혈로 간간히 연명해 왔지만, 올 상반기 해양플랜트 악재로 조(兆) 단위의 부실이 드러난 만큼 구조조정을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실제 산업은행의 실사가 곧 마무리되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 2분기 해양플랜트 사업 실패로 3조원이 넘는 부실이 드러난 데 이어, 올 3분기도 해양플랜트 계약 취소와 해외 자회사 부실로 최대 1조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한 중대형 조선사 대부분은 현재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한진중공업) 또는 자율협약(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을 맺었거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대한조선, 신아에스비 등)를 밟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선박 수주를 한 건도 하지 못한 SPP조선은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중소형 조선소에서 시작된 부실은 대형 조선소로 확대됐고, 남은 손실 규모도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어서 업계 위기감은 최고조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이 어느정도의 규모가 될지, 어떤 방식으로 짜여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불안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는 분위기"라며 "피해갈 수 없다면 하루라도 빨리 (구조조정)방안이 공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조선소 각각의 개별적 사업재편 보다는 대형·중소 조선소 전체를 아우르는 업종의 대대적인 구조개편 작업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선업은 산업 정책의 큰 틀에서 방향 정립이 필요한 만큼 관계부처 간 협의체를 만들어 산업의 구조적 경쟁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바침한다.
전문가들은 이번이 조선업 회생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책임지고 나서서 부실 조선사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조선업계가 공급과잉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자생력이 없는 조선사를 정리하지 않고서는 업계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부실 조선사를 매각하거나 청산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 구조조정에서 부실기업을 우량 기업에 떠넘기기 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우량기업의 부실화로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조선업 구조조정은 정치 논리를 배제한 채 시장 논리대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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