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이언스 포럼]화성침공

시계아이콘01분 52초 소요

[사이언스 포럼]화성침공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천문우주전시팀장
AD

1898년에 발표된 H. G. 웰스의 소설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에서는 지구인보다 월등한 기술을 가진 무자비한 화성인들의 침공으로 지구가 초토화된다. 이 소설은 1938년에 미국에서 라디오 드라마로 방송되었는데 화성인이 지구를 공격하고 있음을 알리는 드라마 속의 뉴스를 사람들이 실제 상황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엄청난 소동이 일어났다. 1953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이후 무수히 많은 외계인 침공 영화의 원조가 되기도 했다. 1996년 팀 버튼 감독의 영화 '화성침공(Mars Attacks)'으로 만들어졌고 2005년에는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로 리메이크돼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화성에 지구를 침공할 만한 지적 생명체가 없는 것은 확실하다. 지적 생명체는커녕 기대와는 달리 미생물 수준의 생명체조차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여전히 화성에서 최소한 생명체의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최근에 화성에서 액체 상태의 물이 발견되면서 그 믿음은 더욱 강해졌다. 액체 상태의 물은 생명체 존재의 필수 조건으로 여겨지고 있으므로 당연한 일이다.

화성에서 물이 발견된 것이 처음도 아닌데 왜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중대 발표라고 미리 예고까지 하면서 발표를 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얼음이나 수증기 상태가 아닌 액체 상태의 물이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니 중대 발표로 하기에는 충분한 사건이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지구인이 화성을 침공하고 있는 형국이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40여대의 탐사선이 화성을 향해 발사됐고 화성에 착륙한 탐사선만 해도 7대나 된다. 2005년에 착륙한 오퍼튜니티와 2012년에 착륙한 큐리오시티는 지금도 화성 표면을 돌아다니며 탐사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화성에 착륙한 지구인은 한 명도 없으니 완전한 침공은 아닌 셈이다.

NASA의 화성에 대한 중대 발표는 화성 유인 탐사를 소재로 한 영화 '마션'의 개봉 시기와 묘하게 맞물리면서 화성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그리고 나사는 때맞춰 다음 단계의 화성 탐사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서는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것은 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만큼 화성에 사람이 방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화성 탐사선이 화성에 도착하는 데에는 8개월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탐사선이 화성에 착륙하지 않고 그냥 돌아오기만 하더라도 500일 이상의 우주여행을 해야 한다. 인간이 우주에서 그 정도 시간 동안 무사히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유인 우주선이 화성에 착륙했다가 다시 이륙해 지구로 돌아오는 기술 개발에도 많은 노력과 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영화에서와는 달리 실제 화성에서 살아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화성 유인 탐사의 목표를 앞으로 최소한 15년 이후로 하고 있는 것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이다. 얼마 전에는 어떤 민간 회사에서 화성에 사람을 거주시키는 계획을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실제 실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계획은 계속 연기되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인류는 화성에 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향한 모험은 인류의 발전을 이끈 또 하나의 중요한 본성이기 때문이다. NASA는 화성 탐사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가 미래 세대를 교육하고 그들에게 탐구 정신과 영감을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과학이라고 하면 항상 실용성이나 경제적인 효과를 먼저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말이지만 원래 과학은 그런 것이다.


뭔가 실용적인 이유를 찾아야만 하는 사람들은 화성에 사람을 보내려고 하는 실용적인 이유도 찾아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지구가 멸망하면 화성으로 이주해 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화성을 지구로 만드는 것보다는 지구를 다시 지구로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쉽다. 그보다 훨씬 더 쉬운 것은 지구를 지구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천문우주전시팀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